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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은 주나요?" 국민 절반이 모르는 연금…늙어서도 일할 결심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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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은 주나요?" 국민 절반이 모르는 연금…늙어서도 일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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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 (상) 2편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난 국민연금 얼마 타지" 갸우뚱…국민 절반이 모른다


국민, 개인, 퇴직연금 월수령액 인지 여부/그래픽=윤선정

국민, 개인, 퇴직연금 월수령액 인지 여부/그래픽=윤선정


국민 절반은 자신의 국민연금 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적을수록 인지 수준이 낮았다. 300만원대 이하 소득자(42%)는 600만원대 이상 상대적 고소득자(59%)보다 인지 정도가 낮았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구주나 자녀가 있는 경우엔 과반 이상이 본인 수령액을 알았다.

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응답자 약 60%는 연금만으론 노후 소득의 절반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예상 수령액이 100만원 채 되지 않을 것이란 비율이 약 30%로 수령액 구간 중 가장 높았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 미혼·비혼, 나이 어릴수록 인지율 저조

22일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1009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국민연금 예상 월 수령액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54%였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46%)가 본인의 수령액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수입별로 보면 고소득일수록 연금 수령액을 알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월 평균 소득 600만~899만원, 900만원 이상 소득자는 각각 60%, 59%가 수령액을 알고 있었고 399만원 이하 소득자는 42%만 알고 있었다.

혼인 여부 별로 보면 미혼·비혼이 수령액을 인지하는 비율은 38%에 그쳤다. 기혼자의 경우 61%가 수령액을 인지했다.

또 가구주는 57%가 본인 연금수령액을 알고 있었고 가구원은 47%가 인지하고 있었다.


자녀 유무로도 인지 여부가 갈렸다. 자녀가 있을 경우 63% 수령을 인지했고 자녀가 없는 경우엔 51%가 알고 있었다.

수령 시기에 다가갈수록 인지율은 올라갔다. 50대가 73%로 가장 높았고 40대 51%, 30대 37% 등 순이었다.

아울러 주거 유형별로는 수령액 인지율이 자가의 경우 61%, 전세·월세·기타는 48%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 지역의 인지율이 62%로 가장 높았고 대전·세종·충청 56%, 인천·경기 55% 등 순이었다. 다른 지역은 대체로 절반 수준이었다.


직업별로는 사무관리·전문직은 50%가 수령액을 인지했고 기능노무 60%, 판매·서비스 58% 등으로 알고 있었다.

◆ 월 수령액 100만원 미만 1/3…도움 된다 70%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대 비율/그래픽=윤선정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대 비율/그래픽=윤선정



국민연금 예상 월 수령액은 100만원 미만이 28%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26%), 15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18%), 250만원 이상(17%), 200만원 이상 250만원 미만(11%) 등 순이었다.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얼마나 보장할지에 대해 50% 미만으로 응답한 비율이 63%였다. 수령액만으론 생활비의 절반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답변이다.

'30% 이상 40% 미만'을 채워줄 것이란 응답률이 2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령액이 △노후 소득의 '50% 이상 60% 미만'을 채울 것이란 비율은 20% △'20% 이상 30% 미만', 16% △'20% 미만', 12% △'40% 이상 50% 미만', 11% △ '70% 이상'은 11% △'60% 이상 70% 미만', 6% 등 순이었다

국민연금이 노후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응답에선 '도움이 된다'(70%)는 답변이 우세했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가 59%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이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26% △'매우 도움이 된다', 11%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등 순이었다.


"대학은 어쩌나"…자녀 아직 중학생인데 퇴직 앞둔 부모의 '한숨'


부의 연령별 출생아수/그래픽=이지혜

부의 연령별 출생아수/그래픽=이지혜


"아들내미 대학 들어가면 내가 환갑이 넘는데"

최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늦은 결혼, 즉 만혼(晩婚)의 영향으로 부모의 연령대가 높아진 탓이다. 이 말에는 환갑(60세)이라는 법정 정년을 넘겼을 때 소득공백에 따른 '적자 인생'이 시작되고 자녀의 대학 등록금조차 제대로 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퇴직 후 소득공백을 국민연금으로 바로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3층으로 구성된 연금제도에서 1층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의 수급연령은 올해 기준 63세다. 그마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제도적으로 5년(1825일)의 소득공백을 예고한다. 2층과 3층인 퇴직연금, 개인연금 역시 노후자금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법정 정년을 넘겨서 자녀 교육비를 걱정해야 할 40대 초보 아빠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퇴직 후 소득 크레바스(Crevasse·빙하의 틈)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만혼의 영향…정년 후에도 미성년자 양육해야 할 부모 늘어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에서 자녀가 있는 사람은 총 859명이다. 이 중 정년 연령에 도달했을 때 미성년 자녀가 있는 사람(153명)의 비율은 17.8%다. 정년을 넘긴 이후 자녀의 교육 등 양육비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국가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통계청의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23만28명의 아이 중 부(父)의 연령이 40~44세인 아이는 3만5064명(15.2%·이하 연령 미상 포함 비율)이다. 해당 비율은 △2003년 4.1% △2008년 5.8% △2013년 9.2% △2018년 11.2% 등으로 급증 추세다.

지난해 아이를 얻은 40세 이상의 아버지 비율은 19.1%까지 늘어난다. 모두 정년 이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해야 할 사람들이다.

산모의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3년 2.5%였던 40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율은 지난해 6.9%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출생아 모(母)의 평균연령도 같은 기간 31.8세에서 33.6세로 늘었다. 부모가 동시에 고령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퇴직 후 소득공백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출생아 부모의 평균 연령/그래픽=윤선정

출생아 부모의 평균 연령/그래픽=윤선정


올해 기준 대학생 1명이 연간 부담해야 할 평균 등록금은 682만7300원이다. 본인의 의료비도 걱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의료비 본인부담금은 123만6000원으로 전체 평균(51만3000원)을 압도한다. 여기에 기본적인 생활비까지 노후에 충당해야 한다.

정년 이후 '적자 인생'은 통계로 입증된다. 통계청의 '2022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1인당 생애주기 흑자는 43세에 1753만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하고, 61세에 적자로 전환된다. 적자의 의미는 노동소득보다 소비가 많다는 것인데, 정년 이후 적자로 전환되는 삶의 궤적을 잘 보여준다.

퇴직 후 노후소득을 책임질 국민연금은 크레바스를 더 깊게 만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처럼 정년연령이 연금 수급연령보다 낮은 국가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해를 감수하고 노후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을 미리 받는 사람도 생긴다.

국민연금공단의 2024년 8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92만1308명이다. 조기노령연금은 수급연령보다 최대 5년 일찍 국민연금을 받는 제도다. 1년 먼저 받게 될 경우 연금액이 6% 줄어든다. 5년 먼저 받게 될 경우 온전히 받게 될 국민연금에서 30%를 빼야 한다.

◆ 소득공백 메우려 일하는 중장년층…계속고용 연령 연장 논의는 진행형

그나마 정년을 채우는 건 축복일 수 있다. 55세부터 64세까지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4세다. 사업부진과 조업중단, 휴·폐업으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50.9세다. 권고사직과 명예퇴직, 정리해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52.0세다.

이 경우 재취업 등을 하지 않으면 소득공백 상태가 훨씬 길어진다. 중장년층의 재취업이 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고용 환경은 불안정한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5~59세 남성 근로자 중 1년 미만 근속자 비중은 2021년 기준 26.8%다. OECD 국가 중 튀르키예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어떤 식으로든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득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일하는 중장년층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고용률만 하더라도 지난해 37.3%로 전년(36.2%) 대비 1.1%p 상승했다. 2015년 30.4%였던 고령자 고용률은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세부터 79세까지 고령자 중에서 장래에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57.2%다. 즐거움(37.7%)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있었지만, 생활비 보탬(52.0%)이 주된 이유다. 퇴직 후 소득공백이 노년에도 이어지고, 마지못해 근로소득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정치권은 정년 후 계속고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계속고용의 방식은 정년연장과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달 정책토론회에서 "계속고용 연령을 연금 수급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높이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8세에 명퇴한 아빠, 퇴직금 '순삭'…"연금 받으려면 멀었다"


퇴직 후 소득 공백에 대해 얼마나 걱정되십니까/그래픽=김현정

퇴직 후 소득 공백에 대해 얼마나 걱정되십니까/그래픽=김현정


# 두 자녀를 둔 A씨(60세)는 30년 넘게 일한 직장에서 2년 전 퇴직했다. 계획보다 이른 퇴사였다. 회사 사정으로 명예퇴직을 하다 보니 국민연금을 받기까진 5년 가까이 남은 시점이었다. 매월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었고 4인 가족 생활비까지 충당하다 보니 퇴직금은 속절없이 줄었다. A씨는 "연금이 나오는 날만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이리저리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 법적 퇴직 연령과 국민연금 수급 시작 나이에는 3년의 격차가 있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점진적으로 올라간다.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는다. 정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5년의 소득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은퇴 후 '소득 공백'의 공포는 모두의 옆에 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89%가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50대 응답자 가운데 '소득 공백이 걱정된다'고 답한 비중은 91%였는데 30대(88%)도 비슷했다. 소득 공백의 공포가 비단 정년을 코앞에 둔 50대뿐 아니라 30대까지 퍼져있다는 방증이다. 계속고용과 연금개혁 등 소득공백 최소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연금개혁과 관련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기존 59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의무가입 연령을 맞추기 위해서다. 연금을 받기 직전까지 보험료를 내는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시점의 간극이 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늘고 기대여명이 길어진 것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의무가입 연령을 높이면 퇴직 고령자의 보험료 납입 부담이 커지지만 동시에 노후에 받는 연금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납부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 등의 논의가 필연적이다. 현행법 기준으로는 정년 이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4년 동안이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55~79세의 계속근로 희망 비중/그래픽=윤선정

55~79세의 계속근로 희망 비중/그래픽=윤선정

고령층의 계속근로 의지도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올해부터 법적 정년 연령에 진입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는 은퇴 후 계속근로 의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55~79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응답자 비중이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로 희망 연령도 71.7세에서 73세로 올랐다.

기업에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정년 연장 논의가 반복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을 64세로 연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노사는 정년 연장 관련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에 앞서 현대차는 2019년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숙련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고, 기아도 '베테랑 제도'를 2020년부터 시행 중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정년 연장 문제를 좀 더 포용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소득 공백 시기를 줄이고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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