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 발부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모습이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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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시민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기 위한 사실상의 ‘총동원령’을 내렸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호처가 자신의 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약해지자 일반 시민에게 ‘나를 지켜달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자칫하다간 공수처·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 간에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밤낮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지지자들에게 자필 서명해 보낸 메시지에서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함께 구성한 경찰의 지원을 받아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설 계획이다. 공수처의 체포 시도에 지지자들이 몸으로 막아서면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전날 관저 앞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 4000여명이 모였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알려지면서 지지자가 더욱 몰리고 집회 규모가 더 커진다면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경찰과 체포 인력 지원 규모와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체포영장의 집행기한은 오는 6일까지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 조력을 받으면 위법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공수처가 경찰기동대 지원을 받아 체포·수색을 시도하려고 하나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며 “경찰기동대가 공수처를 대신해 집행에 나선다면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에게 ‘경찰이 윤 대통령을 체포하려고 하면 경찰을 체포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지원과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공수처와 충분한 법적 검토 및 협의를 통해 집행과정상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오후 대통령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보낸 자필 서명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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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모든 ‘법 기술’을 끌어모아 대응하고 있다. 체포영장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변호인단을 통해선 ‘내란죄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위법 수사’라고 주장하며 ‘시간 끌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선 관저 등을 수색해야 한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를 근거로 대통령실과 관저 등에 대한 수색을 막아왔지만 법원이 ‘해당 조항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명시한 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도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직무유기죄,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호처가 체포·수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약해지자 윤 대통령 측은 경호처는 물론 일반 시민에게까지 물리적 방어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일반 시민까지 동원하며 저항하는 이유는 일단 체포되면 이후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까지 이어지는 수순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는 태도가 분명해 구속영장도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3차례, 검찰의 출석 요구에 2차례 불응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적법 절차가 진행되면 당당히 응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디서 수사해야 적법하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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