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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휴대폰 메모 속 "반국가세력·부정선거 수사본부 편성"…檢, 여인형·이진우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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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검찰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왼쪽)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3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구속기소했다. 뉴스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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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군 지휘부가 ‘반국가세력 수사본부’와 ‘부정선거·여론조작 수사본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 조직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31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55·중장·육사 48기)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54·중장·육사 48기)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런 내용이 담긴 여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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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여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전 11시 25분쯤 “합수본은 방첩수사단장의 반국가세력 수사본부, 1처장의 부정선거·여론조작 수사본부로 편성” “참모장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각 100명씩 수사관을 파견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국정원,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 등 모든 정보수사기관은 합수본부장 명에 따를 것임”이라고도 메모했다.

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오후 3시 44분쯤 여 사령관이 ‘반국가세력 수사본부 구성’과 관련해 작성한 메모도 공개됐다. 여기에는 “경찰·조사본부, 30명 위치 파악, 합동체포조 운용” “수방사, 조사본부, 문서고 구금시설, 국군교도소 구금 운영 준비”라는 체포조 및 구금 시설 운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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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날 여 사령관과 함께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넘겨진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의 계엄 하루 전 휴대전화 메모에는 “의명 행동화 절차를 구상해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김 전 장관 보고 사항이 적혔다. “V님(대통령) 대국민 담화 시 모든 장병의 휴대폰을 통합 보관하고 영내 인터넷망 폐쇄, 국회 출동 병력 TF는 흑복 및 안면 마스크 착용, 쇠지렛대와 망치·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등의 구상이다. 또 장관 주재 화상회의 직후에는 “대테러 초동 조치 부대를 선투입해 본관 배치, 후속 1개 대대를 투입”한다는 내용도 기록했다.

이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선 장관 보고 이후 ‘문을 열거나 부수는 데 사용하는 도구’, ‘쇠지렛대’, ‘국회 해산이 가능한가요’, ‘대통령 국회 해산권 있나요?’ 등을 검색한 기록도 발견됐다.



검찰, 김용현 이어 여인형·이진우 구속기소



검찰의 이번 기소는 지난 27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65·육사 38기)에 이어 두 번째다. 수사 결과 여 사령관과 이 사령관은 계엄 당일 국회·선관위 등에 병력을 투입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직접 지시를 다수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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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여 사령관은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등을 체포·구금하기 위한 ‘정치인 체포조’를 운용하고,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체포조 편성을 위한 인력 파견을 요청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했을 땐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부터 잡아라”는 명령이 김용현→여인형→김대우→방첩사 수사관들 순으로 하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여 사령관이 선관위에 고무탄총 등을 소지한 방첩사 병력 115명을 보내 선관위 점거 및 서버 반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령관은 국회 봉쇄 계획을 짜고, 계엄 당일 무장한 1경비단 136명과 군사경찰단 76명 등 수방사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켜 계엄 해제를 저지하기 위해 현장 지휘를 수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수차례 전화해 “4명이 (국회의원)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 “(계엄이) 해제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된다” 등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 역시 이 사령관에게 ‘왜 못 들어가냐’는 취지의 전화를 수시로 남겼다. 이에 이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 “특전사가 본청 내부로 진입해 있으니 외부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재판 시작…법원·군사법원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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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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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사령관과 이 사령관은 현역 군인 신분으로 군사법원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각각 다음달 3일과 5일 구속이 만료되는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에 대해서도 막판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잡는 절차로,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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