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초단편 만화 온라인 전시회’에 올라온 LUTO(루토) 독립만화 작가의 <사랑은 나에게서 행동으로>. 생일 파티·산책·공연 등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던 한 시민이 길 위에서 응원봉을 들고 나서게 되는 모습을 담았다. 작가 제공 |
지난 8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너진 시민들의 일상을 10컷 이내 만화로 그린 작품 30점이 올라왔다. 독립만화 작가들이 비상계엄 이후 일상을 만화로 재현한 작품들을 모아 ‘지지 않는 초단편 만화 온라인 전시회’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이들은 왜 비상계엄을 만화로 기록하는 것일까. 이번 온라인 전시회를 기획하고 운영 중인 이재민 만화문화연구소장을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웹툰아카데미(SWA)에서 만났다.
만화 평론가인 이 소장은 “대통령이 나서서 대한민국이라는 세계관을 망가뜨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삶을 그리고 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비상계엄에 망가진 시민의 일상을 못본 척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줄곧 이야기를 만들고 평론해온 이들일지라도 엉성한 개연성을 지닌 비상계엄이 현실에 펼쳐진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담화의 표현은 최소한의 핍진성(작품의 배경에서 나올 수 있는 개연성의 정도)도 없었다”며 “<해리포터>에서 기관총이 나오는 꼴인데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 충격에 분노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보면서 “국회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도 여기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상계엄 바로 다음 날 SWA에서 함께 멘토로 일하는 성인수 작가와 만화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가들에게 연락했다. 제안은 단순했다. “비상계엄이 있었던 것을 알죠? 만화로 그릴래요?”
제안 첫날 작가 16명이 동참했다. 25일까지 작가 45명이 제작에 참여해 이미 30개의 작품이 올라왔다. 그는 “원고료가 없는데도 작가들은 너무 쉽게 ‘당연히 해야죠’라고 했다”며 “특히 서울 이외 지역에 거주하거나 작업 때문에 시위에 못 나가는 분들은 오히려 미안해하며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참여 작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시민들이 보여준 참여와 연대는 이 소장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남태령 시위에서 한 숙명여대생이 연단에 올라 ‘나의 숙명이 세상을 바꾸라고 한다. 투쟁!’하고 외쳤는데 그 팔뚝질과 구호가 참 어색했다”며 “시위가 어색한 시민들이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장연(전국장애차별철폐연대) 시위에 연대하는 게 슬프면서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의 기본 역할은 즐거움”이라며 그 즐거움이 “시위에 나가는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좀 덜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의 뉴스가 24시간 매일 나타나잖아요. 연말도 연말 같지 않고, 크리스마스도 크리스마스 같지 않죠. 어쩌면 새해도 그럴 수도 있어요. 탄핵 뉴스와 시위로 피로가 누적될 때 만화로 공감과 위로, 웃음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재민 만화문화연구소장이 24일 그가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 성수동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팔짱을 키고 웃고 있다. 오동욱 기자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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