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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정신 받들겠다’ 여섯 번 찾아온 윤 대통령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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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정신 받들겠다’ 여섯 번 찾아온 윤 대통령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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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도전 후 5·18묘지 찾아 방명록 남겨
영령들 앞 다짐, 계엄선포로 ‘거짓’ 드러나
5·18단체 “정치 야욕 위해 국민우롱 행위”


윤석열 대통령은 대권 도전 이후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6번의 방명록을 남겼다.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대권 도전 이후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6번의 방명록을 남겼다.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12·3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를 위협한 윤석열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곧 헌법정신”이라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그는 1980년 5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에 맞서다 계엄군에 학살당한 광주시민들이 묻힌 국립5·18민주묘지도 여러 번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글을 남겨 ‘5·18정신을 받들겠다’했다. 하지만 그가 ‘오월영령’들 앞에서 했던 다짐은 독재자였던 전씨에 이은 44년 만에 ‘계엄 선포’로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25일 국립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찾아 작성한 방명록은 모두 6건이다. 대통령 당선 전 세 차례 찾았고 취임 이후에는 3년 연속 5·18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처음 5·18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작성한 것은 2021년 7월17일 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제헌절’이기도 했던 이날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본격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 대통령은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그는 5·18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항쟁이 바로 5·18 민주화운동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인 2021년 11월10일 다시 광주를 찾았다. 하지만 이날 5·18묘지 참배는 5·18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발걸음을 돌렸다.


윤 대통령은 그해 10월19일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해 5·18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부산 해운대구 당원협의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던 2022년 2월6일 윤 대통령은 또다시 5·18묘지를 찾았다. 하지만 5·18 유가족들은 추모탑 앞에서 참배에 반대하며 침묵시위를 했다. 유가족들은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었다.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한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5월 정신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3년 연속 정부 주관으로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을 남겼다. 그때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을 강조했다.

취임 첫해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2023년 5·18기념식에서는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 입니다’라고 적었다. 올해 5·18에는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끄는 오월 정신’ 이라는 글을 남겼다.

5·18단체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과거 5·18묘지 방문은 오월영령을 모욕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윤석열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면서 “되돌아보면 이는 진정성이 없는 위선적 행동이었으며 5·18정신을 우롱하여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행태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가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내란 행위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윤석열의 (5·18묘지)방문은 오월영령들을 모욕하고 국민을 우롱한 범죄적 행위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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