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승에 "어시스트와 속공 증가, 딱 원했던 그림"
이재도·이정현엔 "겹치지 않게 동선 정리해 공존"
지도자 수명 연연하기보단 '신뢰받는 감독' 되고파
감독 데뷔 후 첫 연승에 성공한 김태술 고양 소노 감독이 23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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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한국프로농구 최연소(1984년생) 사령탑 김태술 고양 소노 감독은 평소 ‘긍정’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지난달 24일 소노 지휘봉을 잡은 후 8전 전패, 팀 11연패의 늪에 빠져 있을 때도 그의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 전후 팀 상황과 선수들의 활용 방안을 물을 때면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의 긍정마인드는 18일 마침내 빛을 봤다. 김 감독은 수원 KT전에서 대승(75-58)을 거두며 '8전 9기' 만에 첫 승을 얻었고, 내친김에 21일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연승(81-61)까지 거뒀다. '무승 감독'의 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시동을 건 김 감독을 23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만났다.
"공격 면에서는 제가 원하는 농구의 90% 이상이 실현된 것 같아요."
삼성전을 복기하는 순간에도 그의 평소 마음가짐이 묻어났다. 김 감독은 "그간 '공격에서 과정을 만들어 쏘자'는 말을 많이 했음에도 유기적인 움직임이 잘 안 나왔다"며 "그런데 삼성전에서는 공간을 잘 만들고 어시스트도 25개가 나왔다. 딱 내가 원했던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균 3개였던 속공도 8, 9개가 나왔다"며 "선수들이 나무랄 데 없이 잘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술 소노 감독이 23일 본보와 인터뷰 도중 직전 서울 삼성과 경기를 복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김태술 소노 감독이 23일 본보와 인터뷰 도중 직전 서울 삼성과 경기를 복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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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끝에 내놓을 수 있게 된 승리 요인 분석이다. 그사이 그에게는 '데뷔 시즌 최장 무승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고, 팬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팀을 이적하면서 숱하게 보고 들었던 말들이 있어 이번에는 크게 힘들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며 "최장 무승 감독이라는 것 또한 어떻게 보면 최초의 타이틀이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1승까지 너무 오래 기다리셔야 했던 팬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 부임 초반 소노의 부진에는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다. 팀 주축인 이정현이 부상으로 한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했고, 1옵션 용병 앨런 윌리엄스도 무릎 부상 여파로 결장이 잦았다. 설상가상 김민욱마저 대학 시절 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지도자 경험이라곤 모교 연세대에서 한 달간 임시 코치직을 맡았던 것이 전부였던 김 감독에게는 다소 벅찬 상황이었다.
김태술 소노 감독이 23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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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는 차근차근 팀을 정비해 나갔다. 예를 들어 "예전 경기를 보면 이정현과 이재도가 같은 라인에 있어 공존 시너지가 반감됐다"며 "두 선수를 찢어 놓아 반대쪽에서 움직이도록 동선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팀 전체에도 단계별로 자신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그는 "연패를 끊었던 KT전에서 수비에 집중했다면, 삼성전을 앞두고는 이전 경기를 시간별로 잘라서 어떻게 속공을 나갈 수 있는지 선수들에게 보여줬다"며 "매 경기에 하나씩만 더 추가하자는 생각으로 팀을 운영 중이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현역시절을 마무리한 2021년 당시 소속팀인 원주 DB에서 지도자 자리를 제의했을 때도 이를 고사했을 만큼 지도자 생활에 별 뜻이 없었다. 소노의 '깜짝 제안'에 "몰래카메라를 찍는 줄 알았다"거나 "기쁨보다 고민이 더 컸다"는 말이 상투적인 겸손이 아니었던 셈이다.
김태술 소노 감독이 18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 경기 도중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그는 이날 '8전 9기' 끝에 감독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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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출신인 김 감독은 결국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열망을 받아들였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해설을 하면서 일본 농구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내가 하고 싶은 농구가 저런 스타일이었다'는 생각에 지도자 준비를 시작했다"며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큰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고 코트로 복귀한 배경을 설명했다.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정조준한 김 감독에게 지도자로서의 장기적인 목표도 물었다. 최연소 감독답지 않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라며 "선수들이 한 가지 질문을 했을 때 세 가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감독, 선수들이 신뢰하는 지도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태술 소노 감독이 23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홈 관중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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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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