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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불확실성을 선호하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3일 202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 이후의 일련의 소요는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투자처의 매력도를 단숨에 깎아버린 비운이자 촌극이었다.
계엄사태 이전이라 해서 이번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정부의 재정 일탈을 비판하며 탄생했지만 정작 작년 관리 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 올해는 84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148조원에 달하고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결손 누적액은 약 90조원 규모이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 12·3 비상계엄은 이미 고전 중인 우리나라 경제에 제대로 발을 걸었다. 상기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언은 흡사 작년 말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서울의 봄'의 현실판을 방불케 했다. 최근에서야 그 배경이 점차 드러나고는 있지만 당시 그 누구도 합리적으로 대체 왜 대통령이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공수부대를 헬기에 태워 국회에 보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나라 경제에 짙은 그늘을 드리울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추산은 지금도 어렵다.
유독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강조하던 한국은행마저 비상계엄 사태 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장률 2%를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다.
비상계엄 직후인 4일부터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조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돼버린 지금, 우리 경제는 이 뉴노멀에 적응조차 하지 못하고 내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비보를 접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뚜렷하다. 이 예견된 난제 극복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우리의 내년은 '계엄 그 이후'라는 불청객 대응에 분주하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무역협회 그리고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각각 내년도 수출·산업 관련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 보고서 모두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기와 수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전망도 빨간불을 면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대한민국 성장동력까지 꺼트리려 하고 있었다'며 자신의 계엄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첨단산업과 경제 성장동력이 둔화한 것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역량 부족 때문이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이 국회와 권한대행 체제의 행정부가 합의의 정신을 발휘해 주요 경제정책을 합의 처리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시기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신뢰도에 치명상을 면치 못한다. 지난 6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윤석열의 무모한 행위가 한국 경제에 치명타(GDP Killer)"가 될 것이라 예언했다. 이 예언의 현실화를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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