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4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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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조만간 계엄을 하겠다”는 발언을 들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김용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전 국방부 장관) 등을 불러 계엄 실행을 막기 위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의 계엄 계획이 단순한 엄포 수준을 넘어 실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상당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갑자기 국방부 장관을 교체(신원식→김용현)한 것도 계엄 실행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최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조사하면서 “지난 3월 말 신원식 장관이 윤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계엄’ 발언을 들은 뒤, 같은 날 김용현 경호처장을 장관 공관으로 불러 윤 대통령의 계엄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책을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신 장관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 처장 등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로 불러 저녁 식사를 하면서 격해진 상태로 시국 걱정을 하며 “조만간 계엄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 이 자리에서 신 장관과 조 원장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계엄 실행이 우려된 신 장관이 저녁 자리가 끝난 뒤 바로 김 처장과 여 사령관을 따로 불러 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당시 신 장관 공관에서 진행된 대책회의에 참석한 여 사령관은 “‘계엄령이 발령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때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이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 의지를 밝힌 지난 3월 말은 4·10 총선을 앞두고 여권발 악재가 쏟아지던 때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으로 야권에선 해외 도피 비판이 쏟아졌고, 윤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불화, 의료 대란 등으로 여당의 총선 대패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때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약 5개월 뒤인 지난 8월12일, 윤 대통령은 김 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로 인해 부임한 지 10개월밖에 안 된 신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한 지 8개월 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연쇄 이동했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동문 김 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앉히면서 외교안보라인이 1년도 안 돼 재편되는 이례적인 인사였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는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군 통수권자의 의중”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실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방부는 “비상계엄을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게 맞다”며 김 전 장관이 12·3 사태의 핵심이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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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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