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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데이식스가 K-팝 밴드 최초로 고척돔에 섰다. 홍대 소규모 공연장에서 시작해 10년 간 조금씩 공연장의 규모를 넓혀 온 이들에게는 더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누구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낸 데이식스가 행복과 감동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밴드 데이식스(DAY6)의 단독 콘서트 ‘2024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2024 DAY6 Special Concert 'The Present')(이하 더 프레젠트)’가 열렸다.
올 한 해는 ‘데이식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음원의 인기에 이어 솔로, 완전체 공연 모두 붐을 일으켰고, K팝 밴드 사상 최초로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하며 피날레를 맞이하게 됐다. 20일과 21일 양일간 열린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 후 총 3만8000여석이 전석 매진되며 ‘대세’ 데이식스의 인기를 입증했다.
공연 전부터 마이데이(공식 팬덤 명), 그리고 마이데이가 만든 응원봉의 물결이 고척돔을 가득 채웠다. 함성 소리와 함께 무대에 등장한 데이식스는 데뷔 앨범 ‘더 데이(The Day)’의 수록곡 ‘컬러스(Colors)’와 2017년 발매한 정규2집 ‘문라이즈(MOONRISE)’의 수록곡 ‘누군가 필요해’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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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멤버의 짧은 소개 이후 영케이는 “올해도 돌아왔다”며 “2024 ‘더 프레젠트’에 오신 여러분들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장소가 예사롭지 않다”고 운을 뗀 영케이의 말에 원필은 “이런 날이 우리에게도 온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은 고척돔”이라며 ‘고척돔 입성’을 자축했다.
데뷔 앨범부터 지난 9월 발매한 미니9집 ‘밴드 에이드(Band Aid)’까지 데이식스의 지난 10년간을 집약한 공연이었다. 데뷔곡 '콩그레츄레이션스(Congratulations)’부터 대중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라난 데이식스의 히트곡으로 ‘종합 전물 세트’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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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무대는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네 멤버와 합주를 통해 새로운 버전의 무대를 들려줬다. 오케스트라와 원필의 피아노 솔로 연주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었다. 여기에 관객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활용해 장관을 만들어 냈다. 더욱 풍성해진 감성과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눈물을 참지 못한 원필이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영케이의 도움으로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을 눈물로 마무리한 원필은 감정을 꾹 참고 데뷔곡 ‘콩크레츄레이션스’를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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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무대에서 내려간 원필의 모습에 영케이는 “아마 비슷한 감정일 것 같다. 방금 나도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면서 ‘이 노래를 여기서 부르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 자체보다 상황에 신경이 가기 시작하더라.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을 떠다니는 시간이었다”며 “이 광경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굉장히 감격스럽다. 여러분들 덕분이다. 감사하다”고 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원필은 멤버들의 놀림에 “우리가 이런 무대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마음에 그랬다”며 “안 울었다”고 발뺌했으나 멤버들과 마이데이가 합심해 원필을 놀려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원필은 “올해 작업도 열심히 하고 많은 스케줄을 했다. 멤버들과 마이데이 분들과 바쁘게 달려 왔는데 이 곳에서 이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런 무대를 꾸밀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발매한 ‘밴드 에이드’의 수록곡 무대에 앞서 네 멤버는 공연장 중앙에 마련된 돌출 무대로 자리를 옮겨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했다. 원필은 “올해 힘들었던 일, 묵었던 감정은 다 소리치고 쏟아 붓길 바란다. 공연장을 나갈때는 홀가분한 느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공연 중반부 ‘어쩌다 보니’ 무대 직후 멤버들의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건반이 고장 났다”는 멤버들의 말에 원필은 “마지막 부분부터 안 나오더라 인이어가 잘못됐나 했다”며 당황했고 영케이는 “너무 큰 진동이 있거나 열기가 너무나도 뜨거울 때 장비가 고장날 수 있는데 둘 다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며 “잘하셨습니다”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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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렴구를 반복하는 무대를 준비했던 멤버들은 아쉬움을 드러냈고, 관객들은 “한 번 더”를 외쳤다. 영케이는 “목청들이 정말 좋다. 그냥 지르기만 하는게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른다. 마이데이라는 민족에 자부심이 생긴다”며 관객들을 북돋았다.
악기를 재정비한 후 “우리가 듣고 싶은 곡이 있는데 혹시 불러줄 수 있느냐”는 데이식스의 물음에 마이데이는 떼창으로 화답했다. 전광판에 띄워진 원필의 피아노 반주로 '둘도 아닌 하나'의 떼창이 시작됐고 ‘힐러(Healer)’에 이어 관객들의 ‘좋아합니다’의 무반주 떼창이 울려퍼졌다. 네 멤버는 감격의 눈빛으로 객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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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에 시작한 공연은 9시 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200여 분을 훌쩍 넘었지만 데이식스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이데이와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데이식스 멤버들의 눈에도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팬들과 기념 촬영으로 2024년 콘서트의 마지막 순간을 기념한 데이식스는 “내년은 10주년”이라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공연 말미 원필은 “올해도 마이데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여러분은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잊지 못할 공연, 추억이 생긴 것 같다”며 “내년에도 계속 좋은 음악과 좋은 공연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밴드 데이식스가 되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을 며칠 남겨두지 않는 연말 공연인 만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밝은 새해를 기원하는 바람도 들어볼 수 있었다. 원필은 “좋은 일만 생각하며 살아도 부족하다. 새해에도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남은 연말 따듯하게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데이식스는 계속 될 것”이라는 다짐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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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은 ‘고척돔 입성’의 공을 마이데이에게 돌렸다. “9년 넘게 활동했는데, 그동안 고척에 오는 밴드가 되었다. 우리도 노력했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올 수 있었다”며 “우리는 여러분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고, 비록 그른 일이라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라 믿고 자신의 삶에 각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물으면 ‘무대 위’라고 말한다”는 막내 도운은 “여러분이 힘들 때 항상 나무처럼 서 있겠다. 언제나 우리에게 말하러 와 달라”는 말로 팬들을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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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이는 2019년 U2의 내한공연 관람을 위해 고척돔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공연을 보며 ‘사랑한다’는 말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그는 “그때까지는 가사에 사랑한다는 말을 잘 넣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공연에서 사랑을 전파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가진 사랑이 증폭되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이 무대 위에서 가사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너무 각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꿈을 실현시켜 주신 마이데이분들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공연의 마지막 날,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정말 뜻깊은 한 해였다. 오랜 기간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런 날이 왔다”며 울컥 눈물을 삼킨 영케이는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앞으로를 꿈꿀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015년 데뷔해 내년 데뷔 10주년을 앞둔 가운데 영케이가 “우리도 너무 기대된다. 벌써 회의를 하며 어떻게 하면 즐거운 10주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하자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음원 성적뿐 아니라 공연장 규모의 증가가 즉 데이식스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데뷔 첫 해 1000석 규모의 첫 단독 콘서트를 연 데이식스는 지난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완전체 공연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당시 3회차 전석 매진을 열고 ‘데이식스 열풍’의 신호탄을 쐈고, 이후 1년 간 대한민국의 밴드 붐을 이끌었다. 지난 4월 단독 콘서트에서는 잠실실내체육관을 360도로 개방해 3일간 총 3만 4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9월에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고, 12월 고척돔에 입성했다.
노래 가사에 담긴 ‘좋아합니다’라는 수줍은 고백이 2만 명 가까운 관객을 향한 “사랑합니다”라는 벅찬 외침이 되기까지 이뤄낸 눈부신 성장이다. 직접 써내려간 가사와 멜로디로 공감을 쌓았고, 올해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K-팝 밴드붐의 선두에 섰다. 차곡차곡 쌓아온 네 멤버의 성장 서사는 앞으로의 데이식스가 써내려갈 새로운 페이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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