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강철부대’ ‘최강야구’ 이어 ‘최강럭비’ 연출한 장시원 PD 인터뷰
“럭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스포츠…모든 걸 쏟아붓는 모습에 매료”
“최고의 장면 포착 위해 카메라 140여대 투입…초소형 마이크 200개 제작”
“럭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스포츠…모든 걸 쏟아붓는 모습에 매료”
“최고의 장면 포착 위해 카메라 140여대 투입…초소형 마이크 200개 제작”
‘최강럭비’ 장시원 감독. 사진 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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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다음엔 왜 럭비였을까.
넷플릭스 스포츠 예능 ‘최강럭비 : 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촤강럭비’)를 연출한 장시원 PD(44)는 “이걸 만들기 전까진 럭비 경기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시작은 “일본 여행을 갔다가 삿포로 설원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번뜩 떠오른 생각 때문”이었다.
“중세시대에 설원에서 피를 흘리면서 싸우는 전투가 떠올랐죠. 피가 설원에 뿌려지는 색감 같은 거요. 그럴 수 있는 게 현대에선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게 럭비였죠.”
그때부터 조사를 지시하고, 슈퍼리그 경기도 직관했다. 장 PD는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경기가 마지막 경기처럼 느껴졌어요. 선수 5명 정도가 실려나가는데…‘왜 이렇게 하지?’ ‘뭐지?’ ‘돈은 많이 버나?’ 싶은데 상금이 없어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고 되게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지난 10일 베일을 벗은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1~4회는 럭비의 3요소인 스크럼, 트라이, 킥을 소개하는 시간이자 앞으로 펼쳐질 대진 결정전부터 8강 1경기였던 한국전력공사와 고려대학교의 경기까지 박진감 넘치는 예측불허의 명승부로 관심을 모았다.
이어 17일 공개된 5~7회는 코리아 슈퍼리그 2연패의 위엄을 달성한 현대글로비스와 파워 럭비의 근본 포스코이앤씨가 맞붙는 8강 2경기가 펼쳐졌다. 힘의 포스코이앤씨, 스피드의 현대글로비스의 맞대결은 최강과 최강팀 대결답게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승부였다.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장 PD는 공개 후 주변 반응을 묻자 “냉정한 지인들이 자기들은 재밌다고 한다”며 “특히 밤에 톡이 많이 온다. 이수근씨는 새벽 1시에 재밌다고 연락이 왔다”고 넌지시 자랑했다.
장 PD는 ‘럭비’에 꽂히게 된 이유를 묻자 “오늘이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경기를 한다. 뼈와 뼈가 맞부딪히는 소리에 매료됐고 몸으로 하는 경기라 신선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비인기종목인 럭비를 스포츠 예능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만류나 우려는 없었을까. 장 PD는 “‘최강야구’ 할 때도 같은 소리 들었다”고 했다.
“‘도시어부’ 할 때도 낚시 갖고 되겠어? ‘강철부대’ 때도 군대 갖고 되겠어?, 뭘 하든 똑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듣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커져요. 그럼 못해요.”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이앤씨, OK 읏맨 럭비단, 국군체육부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7팀이 출격한다. 사진 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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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럭비’는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이앤씨, OK 읏맨 럭비단, 국군체육부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국내를 대표하는 럭비 팀 7팀이 출격한다.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아나운서, 국내 유일 럭비 국제 심판 서인수 해설위원이 중계를 맡고, YB 윤도현이 음악 감독에 참여했다.
‘도시 어부’ ‘강철부대’ ‘최강 야구’ 등을 만들어온 그는 ‘최강럭비’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쏟아부었다. 최고의 그림을 담기 위해 경기용 카메라 40대와 거치용 카메라 100대 등 140대 카메라를 투입했다. 제작진은 선수 개개인에게 마이크를 장착하는 등 세밀한 기술적 접근을 통해 현장의 긴박감과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일본 가서 보니 카메라 5대로 하더라고요. 스포츠라는 게 순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최강야구’는 100여대를 사용했죠.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죠. 몸이 부딪힐 때, 거친 숨소리까지 담아내기 위해 초소형 마이크를 200여명대를 제작해 선수 한명 한명에게 달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직접 보면 영상보다도 소리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와요.”
지난 10일 베일을 벗은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사진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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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팀을 섭외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럭비를 다룬다는 것 자체를 고마워해주셨다”고 했다. “학생들은 허락을 받아야 해서 그런 분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실업팀은 부상이 걸렸다”고 한다. “부상에 관한 것들은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했고 실제 다 책임졌다”고 촬영 과정을 전했다.
“그 거구들이 한 번 붙기 시작하니까 너무 과격해 본게임을 못하겠더라고요. 본 게임 들어갔을 때 부상 당해서 럭비를 못 보여주거니 실력을 못 보여주면 안될 것 같아 룰 변경을 좀 했죠. 럭비는 일단 룰이 많아요. 너무 어렵고. 럭비를 보는데 최소한만 알게 하고 보게 하자, 최소한의 룰을 이해하고 룰을 몰라도 볼 수 있게 하자가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설원 경기도 기획하고 답사까지 다 했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부상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제외했죠. 그림은 정말 예뻤는데…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최강럭비’도 ‘최강야구’에 이어 정용검 스포츠 캐스터가 중계를 맡는다. 정용검 아나운서는 앞서 자신을 “장시원의 페르소나”라 표현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드러내왔다.
장 PD는 “친분 때문에 쓰는 것도 퇴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도 아니다”며 “진심으로 경기에 몰입한다. 이 몰입감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어 함께 경기에 빠져들게 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이 주는 감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강럭비’ 한 장면. 사진 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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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주목하지 않는 소재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도전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성향이 이런 도전으로 이끈다고 했다. “심심함을 많이 느끼는 스타일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르는 세계를 탐한다”며 웃었다.
“예능적 요소가 있지만 그들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하고 있는 거죠. 진심과 유머를 같이 녹여내는 게 되게 어려운 일 같아요. ‘최강야구’ 얘길 하자면 한 경기 한 경기 가는 게 기적이라 생각해요. 잠실에서 경기를 하면 1분 만에 매진되죠. 그분들이 유니폼을 사 갖고 흔드시잖아요.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신기해요. 좋아해도 내 돈을 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도 롯데 팬이지만 굿즈 잘 안 사요. 그게 남녀노소란 게 참 좋습니다. 야구장에 가보면 20대 여성이 제일 많아요. 김성근 감독님도 얘기하길 ‘야구장에 7살, 8살짜리 애가 자기에게 사인 해달라’고 한대요. 그게 되게 감동입니다.”
장 PD는 ‘최강럭비’에 대해 “한 번 보는 것까진 허들이 있지만, 들어오면 못 빠져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국이 그렇긴 한데,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몰입을 가져다주는 편들이 주르륵 나와요.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플랫폼이긴 하지만 기획할 때부터 해외를 위해 만든 게 아니에요. 국내 시청자들이 1번입니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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