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임원, 직원에 가혹행위 의혹
노조 “ 범죄행위…경찰 신고 예정”
협회 “외부조사위 꾸려 징계 등 결정”
한국프로골프협회 사옥 [KPGA]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고위 임원의 직원 가해행위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KPGA 내부의 직장 갑질 논란과 비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만에 또다시 사법기관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원섭 KPGA 회장의 리더십과 조직 내 자정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KPGA 노동조합(위원장 허준)에 따르면 임원 A씨는 피해직원 B씨를 대상으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고 협박과 모욕, 강요 등 가혹행위를 지속해 왔다.
노조는 “업무적 실수를 약점 삼아 사직 각서를 제출하게 했고, 강요한 각서를 근거로 퇴사를 강요하는 등 괴롭힘을 넘어선 범죄 행위를 일삼았다”며 “피해 직원의 가족을 거론하며 모욕을 줬고 살해 협박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임원 A씨의 가혹행위는 8월 이후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고, 피해직원 B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협회 측은 해당 논란이 알려지자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노사 단체 협약에 의해 외부 조사위원회를 꾸려 철저하게 조사 진행중이다”며 “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향후 징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협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현행 규정과 절차대로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협회의 사건 해결 의지와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노조 단체협약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 뒤 즉각 분리조치가 되긴 했다”며 “하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그대로 업무를 보고, 피해자는 휴게실에 있는 상황이다. 같은 층을 쓰다 보니 오가다 만날 수 밖에 없다. 피해자가 화장실조차 제대로 갈 수 없다고 한다. 실질적인 분리 조치가 아닌 셈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엇보다 분리조치 후에도 임원 A씨의 2차 가해가 지속됐다. 협회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하지만 믿지 못하겠다. 외부 조사위 결과와 별도로 경찰서, 노동청, 스포츠윤리센터에 해당 사건을 신고할 예정이다”고 했다.
KPGA는 지난 2021년에도 모 임원의 동성 부하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을 안겼다. 수면 위에 올라온 피해자만 10명이 넘었다.
당시에도 협회 측은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언론 대응 미비를 질타하거나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를 계기로 100여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의 파업이었다.
협회 내 자정 기능이 상실되면서 이 사건은 결국 사법 기관에 넘겨졌다. 해당 임원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달 14일 대법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의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다.
투어의 질적 성장과 글로벌 경영 확대를 공언하며 지난해 KPGA 회장에 오른 김원섭 회장은 취임 첫해 신년사에서 “자부심 느낄 KPGA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잇따른 불미스러운 사건과 미진한 대응으로 KPGA 회원들의 자부심은 협회가 먼저 실추시키고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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