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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 잘될까…이주 대책 미흡, 분담금 급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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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1기 신도시 재건축 관전 포인트 5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선정하면서 신도시 부동산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전경.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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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선정됐지만 여전히 갈 길은 험난하다. 정부는 2026년 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이주를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했다. 통상 10~15년 걸리는 재건축을 정부, 지자체의 파격적인 지원 아래 6년 내 마무리하겠다는 목표지만, 예정대로 흘러가기에는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첫째 선도지구 단지마다 분담금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

당장 선도지구 선정 단지들은 내년 상반기 내 정비계획안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정비계획안에는 재건축 후 가구 수, 일반분양 물량 등이 포함되는데 사업성을 나타내는 비례율·분담금 등 추정치도 산출 가능하다.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올 경우 주민 동의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하고 이주 대책에 쓰일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한 높게 써내는 등 공격적인 제안을 했다. 공공기여가 많을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조합원이 낼 분담금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원자잿값, 공사비까지 급증한 만큼 당연히 사업성도 좋지 않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수억원의 분담금이 나오면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사업 추진이 늦어질 수 있다. 분당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마다 다르겠지만 공공기여, 임대주택 등 가점을 감안할 경우 분담금이 전용 84㎡ 가구당 최소 1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퇴한 고령층 주민이 많은 만큼 이런 부담을 감내하고 재건축을 추진할 단지가 많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둘째 이주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번에 선정된 5개 신도시 선도지구 3만6000가구는 2026년 이주해야 2027년 착공이 가능하다. 당장 분당만 놓고 봐도 2년 후에 1만2000여가구가 짐을 싸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 입주민은 초중고 자녀 학군 등 요인으로 해당 지역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 재건축 이주민을 위한 이주 단지나 주택을 짓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주변 신규 택지나 유휴 부지 개발, 공공임대, 노후 영구임대 재건축 등을 통해 이주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12월 중 구체적인 이주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뚜렷한 해법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주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선도지구 주민들이 짐을 싸면 주변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해 공급 절벽이 나타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은 10만9179가구(서울 2만9388가구, 경기 5만9464가구, 인천 2만327가구)로 2016년 이후 가장 적다. 여기에 수만 가구의 1기 신도시 이주 수요가 더해지면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이주 수요가 몰리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덩달아 매매가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셋째 신도시 간 양극화 현상도 무시 못할 변수다.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1기 신도시 대장주로 불리는 분당신도시 주요 단지 매매가는 수억원씩 뛰었다. 이에 비해 일산 등 다른 신도시 집값 상승세는 미미했다. 기대만큼 재건축 사업성이 높지 않아 오히려 매매가가 하락한 단지도 적잖았다. 이번에 선도지구로 지정된 강촌마을8단지 전용 84㎡는 최근 5억75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2021년 같은 평형 최고가(8억1000만원)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 일산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일산에서는 선도지구 지정 기대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매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분위기다. 재건축이 속도를 낼지 지켜봐야겠지만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집값이 더 떨어질까 우려하는 주민들도 적잖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신도시 간 용적률에 따른 사업성 차이로 추가 분담금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아파트 기준 용적률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 330%, 산본 330%, 중동 350%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다른 신도시보다 용적률이 낮아 주민들이 용적률 상향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고양시의회는 최근 정례회에서 ‘고양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용적률 상향 조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용적률을 최소한 분당 수준(326%)까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산은 인근 창릉, 대곡 등 택지에서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재건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재건축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 주민들이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변수인데 신도시 내에서도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당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산, 중동 등 다른 신도시에서는 재건축을 해도 일반분양 수익이 적어 분담금이 예상보다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에 이탈하는 단지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부동산업계 관계자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넷째 조합원 간 이견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2개 단지 이상이 모인 통합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각 단지 주민뿐 아니라 아파트와 상가 조합원 의견을 모으기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면 일조권 침해와 공원, 자연 녹지 부족 등 주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지마다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통합을 주장해 불협화음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지마다 평형에 따라 지분, 감정평가액이 천차만별인 만큼 통합 재건축 참여 단지들이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변수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법을 발의했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폐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비상계엄 여파로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밖에 조합설립 후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 처리하는 등 정비사업을 3년 단축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재건축 시 공공기여를 줄여주는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가 멈춰 통과가 쉽지 않다.

다섯째 선도지구 지정 과정에서 탈락한 단지들을 어떻게 달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번에 탈락한 11만7000여가구와 나머지 1기 신도시 단지들은 향후 공모를 통한 채점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끼리 합의해 정비계획을 먼저 마련한 단지부터 재건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단지 간 과열 경쟁으로 공모 방식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데다, 탈락한 단지 사이에서 재건축이 아예 무산됐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선도지구 선정 단지 주민들은 반기지만,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주민들은 재건축이 한없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인 재건축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듯싶다”고 말했다.

현재 1기 신도시 5개 지자체가 마련한 신도시별 기본계획도 향후 10년에 걸쳐 연간 2만~3만가구씩 물량만 설정해둔 상태다. 구역별로 정비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주민 입장에서는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건축에 들어갈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이를 의식한 듯 1기 신도시 지자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구역별 정비계획 수립 시기를 제시하기로 했다. 일례로 주민 동의율에 따라 재건축 순서를 정하거나, 이번에 선정된 선도지구를 거점으로 두고 인근 구역을 다음 순서로 설정하는 식의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재건축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는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설정하면 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 입장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8호 (2024.12.11~2024.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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