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
앉기의 반대는 서 있기가 아닌 움직이는 것이다. [사진 Pixabay] |
연구팀은 참가자의 생활방식, 건강, 일상 습관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와 손목에 착용하는 활동 추적기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임 패턴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앉아 있으나 서 있으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덜 앉아 있는 사람보다 심장 질환 위험이 추가 1시간당 13% 증가했다. 정맥류, 혈전과 같은 순환기 질환 위험도 26% 높았다. 하지만 서 있는 것도 특별히 좋을 게 없었다. 하루 중 서 있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이 되면 추가로 30분 더 서 있을 때마다 순환기 질환 위험이 11% 증가했다. 서서 오래 일하다 보면 다리가 붓고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 증상을 겪기 쉽다. TV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의자와 이별하기만 하면 건강이 더 좋아질 것처럼 비춰질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서 있는 사람을 그보다 덜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한 결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낮추지도 못했다. 서서 일하는 책상을 구입한다고 해서 더 건강해질 리 없단 얘기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서 있기의 건강상 유익이 크게 과장되었다고 논평했다.
서서 일하는 책상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답은 앉아 있는 게 왜 해로운가와 관련된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은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 가장 큰 골격근이다. 이들 대근육을 사용하지 못하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인슐린 감수성도 저하된다. 다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펌프 작용을 해야 혈액 순환이 원활한데 그렇지 못하니 혈액 순환도 나빠지고 혈전 위험이 증가한다. 단순히 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서 있다고 몸을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영국 연구에서 4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서 있기와 앉아 있기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서 있어도 시간당 고작 9.3㎉을 더 소비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한 시간마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일어서서 걷고 움직여야 한다. 산책을 하든 계단을 오르내리든 자리에서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든 말이다. 건강 면에서 앉기의 반대말은 서 있기가 아니라 움직이기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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