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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음식과 약] 서서 일하기만으론 부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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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음식과 약] 서서 일하기만으론 부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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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오래 앉아 생활하면 건강에 해롭다. 심장병, 혈관질환, 관절통, 당뇨병, 비만과 같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서서 일하면 건강에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 있는 것은 그것대로 건강에 해롭다. 다리의 정맥 부종이나 혈전 질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서 일한다고 해서 좌식 생활로 인한 심혈관 위험이 낮아지지 않는다.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이 영국 성인 8만 3013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난 10월 국제 역학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앉기의 반대는 서 있기가 아닌 움직이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앉기의 반대는 서 있기가 아닌 움직이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연구팀은 참가자의 생활방식, 건강, 일상 습관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와 손목에 착용하는 활동 추적기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임 패턴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앉아 있으나 서 있으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덜 앉아 있는 사람보다 심장 질환 위험이 추가 1시간당 13% 증가했다. 정맥류, 혈전과 같은 순환기 질환 위험도 26% 높았다. 하지만 서 있는 것도 특별히 좋을 게 없었다. 하루 중 서 있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이 되면 추가로 30분 더 서 있을 때마다 순환기 질환 위험이 11% 증가했다. 서서 오래 일하다 보면 다리가 붓고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 증상을 겪기 쉽다. TV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의자와 이별하기만 하면 건강이 더 좋아질 것처럼 비춰질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서 있는 사람을 그보다 덜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한 결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낮추지도 못했다. 서서 일하는 책상을 구입한다고 해서 더 건강해질 리 없단 얘기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서 있기의 건강상 유익이 크게 과장되었다고 논평했다.

서서 일하는 책상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답은 앉아 있는 게 왜 해로운가와 관련된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은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 가장 큰 골격근이다. 이들 대근육을 사용하지 못하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인슐린 감수성도 저하된다. 다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펌프 작용을 해야 혈액 순환이 원활한데 그렇지 못하니 혈액 순환도 나빠지고 혈전 위험이 증가한다. 단순히 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서 있다고 몸을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영국 연구에서 4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서 있기와 앉아 있기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서 있어도 시간당 고작 9.3㎉을 더 소비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한 시간마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일어서서 걷고 움직여야 한다. 산책을 하든 계단을 오르내리든 자리에서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든 말이다. 건강 면에서 앉기의 반대말은 서 있기가 아니라 움직이기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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