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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시리아 학살매장지 속속 발굴…“최소 13곳, 한 곳에 수만명 묻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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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바샤르 아사드 정권 때 만들어진 집단 매장지 모습. 드론 촬영. 나지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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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몰락 이후 그동안 자행된 공포정치의 잔혹한 실상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곳곳에서 집단매장지가 속속 발굴되면서 아사드 정권이 얼마나 인권 유린을 저질렀는지 밝혀지고 있다.



실종자국제위원회(ICMP)는 시리아에서 15만명이 실종됐으며 이들 상당수가 아사드 정권에 의해 불법 납치되거나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비밀경찰은 이들을 살해된 뒤 몰래 집단 매장했다는 증언들도 잇따르고 있다. 시리아 구호단체 화이트헬멧(WH)은 이런 집단매장지가 “전국에 적어도 13곳 있으며, 이 중 8곳은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마스쿠스 근처 집단매장지 한 곳을 다녀왔다는 시리아비상티에프(SETE)의 모아즈 무스타파는 시엔엔(CNN)에 “그곳에 깊이 6~7m, 너비 3~4m, 길이 50~150m의 구덩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덩이를 파는 일을 했던 이로부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한 주에 두 차례씩 트레일러 트럭 넉 대가 한 대에 주검 150구씩을 싣고 왔다”고 들었다며 그곳에 묻힌 이들이 몇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범죄 담당 미국 대사였던 스티븐 랩은 이곳 집단매장지를 찾아 둘러본 뒤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또 시리아 남부 마을 이즈라의 북쪽 집단 매장지에서는 30구가 넘는 주검이 수습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주검 수습에 참여했던 의료 관계자는 “이들이 머리에 총을 맞거나 불태워져 죽었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을 찾았던 어떤 유족은 “사랑하는 가족이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찾지 못했다”며 “그는 여기서 불에 타 죽었다”고 치를 떨었다.



아사드 정권을 물리치고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이슬람반군은 아사드 정권 하에서 실종된 이들을 찾기 위해 실종자 가족과 재소자들을 잇는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반군은 앞서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홈스, 하마 등을 점령할 때마다 감옥에 갇혀있던 재소자 몇만 명을 풀어줬다.



스티븐 랩 전 미국 대사는 “희생자 가족들이 조그마한 정보라도 얻으려고 모여드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기록을 찾고 정리하는 과정만 적어도 석 달이 걸리고 집단 매장지에 묻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건 2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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