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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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군 지휘부와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거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1년 전부터 정치적 난맥과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계엄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최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쯤 시국을 걱정하면서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발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 사령관 측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비상조치를 지난 3일에 시행한 계엄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이 해당 발언을 들었던 자리에는 윤 대통령만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등도 동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은 서울 충암고 선·후배 관계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에게 ‘계엄은 전시에 하는 것이지 평시에는 안 된다. 군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옛날하고 다르다’라고 말렸지만 동의하는 반응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모임 자리에서 수차례 계엄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10 총선 참패 이후 계엄 선포를 입에 올리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올해 초여름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계엄 언급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하자 자신이 “대통령님, 그런 이야기를 하시면 안 된다. 요즘 군이 예전의 그런 군이 아니다”라며 무릎을 꿇은 채 만류했다는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11월 초쯤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게 좋겠다’는 의지를 김용현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이었으나 APEC에 불참하더라도 계엄을 단행하는 것이 어떤지 김 전 장관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군대를 동원한 내란을 일으킨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 14일 구속됐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등 14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해 영장 없이 서버 전산 자료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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