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쪽 날개를 잃고는 날 수 없는 새처럼, 흥국생명도 한쪽 날개만 건강해서는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제 아무리 ‘배구여제’ 김연경이 왼쪽 측면에서 날고 기어도 오른쪽에서 투트쿠(튀르키예)가 적어도 1인분 역할을 해줘야만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지난 10월19일 2024~2025 V리그 개막전 현대건설전 3-1 승리를 시작으로 14경기를 내리 이겨온 흥국생명이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역대 여자부 최다연승 기록에 단 1승을 남겨둔 상황에 당한 패배라 더욱 아쉬운 결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흥국생명은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정관장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2-25 23-25 25-14 22-25)로 패했다.
지난 13일 IBK기업은행전 3-0 승리를 통해 2007~2008시즌에 세웠던 팀 역대 최다연승 기록(13연승)을 넘어 14연승으로 신기록을 세웠던 흥국생명은 2021~2022, 2022~2023시즌에 현대건설이 세웠던 역대 여자부 최다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만약 이날 정관장을 잡았다면 최다연승 기록 보유팀인 현대건설과 20일 맞대결을 통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그 기회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졌지만,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내준 세 세트 모두 20점 넘어서까지 초접전으로 치러지다가 패했기 때문이다. 14연승 과정에서 보여준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 이날도 이어졌다면 이겼겠지만, 이날 흥국생명에겐 그럴 힘이 부족했다.
흥국생명 배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배구여제’ 김연경은 이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공격 성공률은 시즌 평균보다 높은 50%에 달했고, 블로킹 3개와 서브득점 2개 포함 26점을 몰아쳤다. 범실은 단 4개에 그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2옵션인 투트쿠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2개를 해줬지만, 공격에서 너무나 효율이 떨어졌다. 그나마 후위에서는 30.76%의 공격 성공률(4/13)을 찍었지만, 오픈(1/8)과 퀵오픈(1/10)에서 10% 초반대의 성공률에 머물면서 전체 공격 성공률은 19.35%. 공격 득점이 6개인데 블로킹 3개를 당하고, 공격 범실이 4개에 달해 공격 효율은 –3.23%로 음수를 찍었다. 한쪽 날개가 없다시피 했다는 게 결코 과한 비유가 아니었다. 게다가 4세트 막판 부상으로 교체돼 다음 20일 현대건설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흥국생명으로선 시즌 첫 고비를 맞이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흥국생명이 3세트를 따내고, 내준 1,2,4세트도 접전 양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김연경의 변함없는 활약에 더불어 아시아쿼터 미들 블로커 아닐리스 피치(뉴질랜드)의 ‘미친 존재감’ 덕분이다. 피치는 전매특허인 이동공격(3/4)에 속공(4/6)과 오픈(3/3)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며 무려 76.92%의 공격 성공률로 블로킹 6개 포함 16점을 몰아치며 2옵션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경기 뒤 인터뷰에서 승장이 아닌 패장 자격으로 임하게 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상대인 정관장이 최근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배구를 잘 해내지 못했다. 아울러 1,2세트에서도 몇몇 선택이 아쉬움이 있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도 아본단자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세트 14-16 상황에서 김연경의 다소 긴 리시브를 싱글 핸드로 공을 올린 이고은의 토스가 상대 코트로 넘어가자 심판진은 이고은에게 후위 공격자 반칙을 선언했다. 후위에 위치한 이고은이 전위에서 점프해 공을 상대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본 것이다. 판정을 납득하지 않은 아본단자 감독은 길게 항의하다 옐로우 카드를 받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후위 공격자 반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격수가 못 때릴 볼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 상황을 가정해 판정을 내린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참을 판정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던 아본단자 감독은 “언젠가는 있었을 패배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시 추스르고 올라오는 것이다. 오늘 패했지만, 14연승을 정말 위대한 업적이다. 선수들에게 잘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선수들의 공을 치하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