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손해배상 소송(CG) |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44년 전 신군부의 계엄령 전국 확대에 맞섰다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5·18 참여자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4단독 최윤중 민사 전담 법관은 17일 80대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5천만원을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1980년 두 자녀를 둔 30대 가장이었다.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차량 관리 업무와 노조 총무를 겸직하던 그는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등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계기로 발생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약 6개월간 고초를 치렀다.
계엄군은 시민군 차량에 올라 깃발을 들고 저항한 그를 '불순분자'로 낙인찍었고, 당시 경찰서로 끌려간 A씨는 조사다운 조사도 받지 못하고 육군 31사단과 강원도 군부대로 끌려가 가혹행위와 노역에 시달렸다.
삼청교육대에서 A씨는 소대장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매질을 당했고, 군인들은 그를 밤새 잠을 재우지 않고 얼음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삼청교육대에서 벗어나도 계엄의 망령은 평생 그의 뒤를 쫓아 다녔다.
회사는 퇴직금도 주지 않고 내쫓았고, 불순분자 낙인과 학대에 지친 몸으로는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할 수 없었다.
40여년이 지난 뒤 A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삼청교육을 받았음이 규명됐다'는 결정을 받아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공익소송단의 도움으로 44만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A씨는 승소 판결에 "계엄을 선포한 이들의 잘못 때문에 선량한 시민인 우리가 피해를 봤다"며 "얼마 전 12·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움직일 수도 없고 두려움에 그 자리에서 떨었다"고 말했다.
한편 삼청교육대는 1980년 8월~1981년 12월 계엄사령부가 6만여명의 시민을 군부대에 설치한 시설에 수용해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결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놨다.
이후 이를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승소사례가 전국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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