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신작 그림 에세이 <먼 산의 기억>을 출간했다. 민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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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는 국민의 75%가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 상황을 노트에 기록했을 것입니다…한국인들 75%의 바람에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를 바랍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72)이 신작 그림 에세이 <먼 산의 기억> 출간을 기념해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먼 산의 기억>은 파묵이 오랜 시간 써온 그림 일기를 담은 작품으로, 여행 중의 경험, 글쓰기 과정, 고국 튀르키예에 대한 사색 등을 다루고 있다.
파묵은 튀르키예의 권위적인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에르도안 정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며 극우 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파묵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라며 “튀르키예 대통령이 많은 작가들을 감옥에 넣었는데, 아마도 노벨문학상이 저를 보호하는 것도 같다”라고 전했다. 그의 소설들은 정치, 종교, 예술 등이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지금까지 정치 소설을 단 한 편 썼다. 소설 <눈>이다. <페스트의 밤>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정치 소설이 됐다”라며 “<내 이름은 빨강>은 정치 소설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예술사 소설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라고 설명했다.
건축가 집안에서 자란 파묵은 22세까지 건축가와 화가의 꿈을 키웠으며, 이슬람 화가들의 세밀화를 모사하며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이번 신작에서는 이러한 정체성이 드러나듯 모든 페이지에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그림은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지, 글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글과 그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제 안에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화가가 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서 파묵은 “모든 것의 시작은 풍경이다”라고 밝히며, 풍경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풍경화는 회화 예술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이다”라며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야말로 그 예술의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멜랑콜리, 먼 곳에 대한 동경, 폭풍의 예감, 단순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 등을 그 예로 제시했다.
파묵은 장자크 루소의 <고백록>, 몽테뉴의 <수상록> 등을 언급하며 ‘일기’라는 장르의 전통과 매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서양 문학, 프랑스 문학의 바탕에 이들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나도 이 전통의 일부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앙드레 지드와 페터 한트케의 일기를 거론하며 “90년 전부터 작가들은 살아 생전에 자신이 쓴 일기들을 출판하고 있다”라며 “형태적으로 다르고, 실험적이며 아방가르드적이며, 새로운 시도이다. 저 역시 일기장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이러한 발걸음에 작은 기여를 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 대한 축하 메시지도 전했다. 파묵은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며, 터키어로 번역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구입해 읽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전하며 새로운 소설로 한국 독자들을 만날 계획도 밝혔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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