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전 앞두고 20년만에 광주 방문 "5·18 작품 완성하고 싶다"
신학철 작가 |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는 작가들에게 큰 힘을 주는 곳, 그 곳에서 나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줘서 고맙고 영광스럽다."
16일 20여년만에 광주를 방문한 민중미술의 대가 신학철(81) 작가의 얼굴에는 미안함, 고마움, 작업에 대한 의지가 함께 비쳤다.
신 작가는 2002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된 이후 광주와 뜸해졌다가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이 신 작가의 60년 회고전을 마련하면서 20여 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았다.
회고전에 모인 그림들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갤러리·개인 등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모은 것으로 작가 본인도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는 작품들이 대다수일 만큼 귀한 전시회다.
신 작가는 "누가 어디서 구입했는지 몰라서 행적을 놓친 그림들이 보여 반갑기도 하다"며 "민주화운동의 성지와 같은 광주에서 회고전을 열어줘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화가들은 미술로 사회운동을 했었는데 1980년대 중심지는 광주였고 광주정신이 바탕이 됐다"며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1995년 작품인 '한국현대사 초혼곡945'을 그 예로 들었다.
신 작가는 "난 경상도 사람이므로 광주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얘기를 더 맘껏 할 수 있다"며 "초혼곡은 전체 얼개의 일부분으로 오랫동안 중단했는데 시민군의 모습을 중심에 두고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신학철 작가 |
자신을 유명인으로 더욱 부각한 작품 '모내기'를 설명할 때는 헛웃음부터 보였다.
그는 "백두산과 경북 김천의 내고향·고향사람들을 그렸고, 나쁜 외래문화를 물리쳐 무릉도원을 일구자는 뜻이었는데 이것이 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둔갑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4 민주인권평화전 '신학철-시대의 몽타주 60년 회고전'은 오는 17일 광주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국내 민중·현대미술의 원로대가인 신 작가의 1960년대 실험미술로부터 1980년대 민중미술, 21세기 현재에 이르는 60년간의 방대한 예술세계를 90여점의 작품으로 총정리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실험미술·몽타주 콜라주·포토리얼리즘 등을 활용해 서민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들과, 일본관동대지진·한국전쟁·민주화운동 등 현실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 참여작품들을 내년 3월말까지 선보인다.
모내기에 버금가는 유명작품들인 5·18민주화운동을 형상화한 '현국현대사-초혼곡'과 가로 길이만 20m에 달하는 현대 서사시 '갑순이와 갑돌이'도 직접 볼 수 있다.
자신을 운동권이 아니라고 강조한 신 작가는 "그 시대에 무엇을 그려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왔을 뿐이라며 "난 지금도 아방가르드 작가"라며 환하게 웃었다.
작품 '모내기' 설명하는 신학철 작가 |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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