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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6G 주도권 전쟁

[2024결산/통신] 육성 없는 통신정책…6G 앞두고 후퇴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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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통신 분야에서 지난 1년은 많은 변화가 시도된 한해였다. 업계에선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속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지속 성장을 위한 AI 중심 조직개편에 나섰다.

정부와 국회도 올초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 전환지원금 제도를 도입됐으며, 5세대이동통신(5G)보다 비싼 LTE 요금제 개편이 이뤄졌다. 악법이라 명명되던 단통법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통신사업자 간 경쟁 촉진을 위한 신규사업자(제4이동통신사) 선정도 시도됐다.

향후 통신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굵직한 정책들도 대거 발표됐다. 중장기 주파수 분배 계획인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과 전파 활용 계획 및 전략을 담은 '제4차 전파진흥기본계획‘을 지난 9월과 10월 각각 발표했다.

지난 한 해 전문가들은 통신시장을 어떻게 봤을까. 통신업계 관계자를 포함한 전문가 10명에 물었다.

◆ 잘한 점에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스펙트럼 플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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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전문가 10인의 의견을 취합하면, 지난 한 해 정부가 잘한 점으로는 ▲6G를 비롯한 미래기술 집중과 육성에 대한 로드맵(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 발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시도 ▲LTE 요금 역전현상 해소 ▲통신사의 AI 중심 조직개편 등이 꼽혔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에 착수한 점이 눈에 띈다. 1983년 전기통신사업법이 제정된지 41년 만이다. 법은 기간통신사업자에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부가통신사업자의 성장 등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전면 개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 발표를 통해 주파수를 통신3사 뿐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기존 공급자(정부) 중심에서 수요자(기업) 중심의 제도로 개선해 미이용중인 주파수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디지털 혁신’ 주파수의 할당 대상은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디지털 혁신 서비스라하면 ▲도심항공교통(UAM) ▲무인 자율운항 선박▲자율주행차 ▲위성통신 등을 말한다.

통신3사는 LTE 요금 역전현상 해소에도 나섰다. 앞선 국감에서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싸다는 소비자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통신3사는 관련 요금제 개편을 약속한 바 있다. 당장 KT는 내년 1월2일부터 5G 요금제보다 비싸거나 혜택이 부족한 일부 LTE 요금제의 가입을 중단할 것이라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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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에만 집중된 정책 아쉬워…"육성책 논의 필요"

올해 시장에 대해 대체로는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채찍질만이 이어진 가운데, 정작 제조사·통신사·장비사·알뜰폰을 아우르는 통신 시장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아쉬운 점으로는 ▲전환지원금 도입 등 가계통신비 인하에만 집중된 통신 정책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실패 ▲5G 투자 촉진 부진 ▲오픈랜 등 선도기술 도입 지원 미비 등 ▲5G 단독규격(SA) 도입 지연 ▲불투명한 알뜰폰 시장 활성화 정책 방향 등이 꼽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민 통신비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사업자와 협의 없이 통신사의 목을 비틀었다"며 "저가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여전히 모바일 개통의 경우 고가요금제으로 개통하고, 전환지원금의 경우 불법보조금이 파다한 상황에서 단말기 할부금 부담을 낮춰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통신3사가 반납한) 28㎓ 주파수를 해결하기 위해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라며 "알뜰폰 정책 목표는 또 무엇이냐. 다양한 소비자 선택권, 저렴한 통신요금 등을 목표로 15% 점유율이면 성공적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과기정통부와 통신사가 동상이몽을 가지고 서로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으니 정책의 탄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소비자가 가계통신비가 비싸다고 체감하는 이유가 과연 ‘통신비’ 때문인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이루는 단말기 가격은 그대로로, 단편적인 요금제 개편·지원금 살포 만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5G 28㎓(기가헤르츠) 정책도 아쉬운 점으로 거론됐다. 광범위한 B2C 서비스에 활용하긴 부적절했음에도 불구, 정부가 이를 고집해왔다는 것이다.

28㎓ 대역의 특성상 광범위한 B2C 서비스에 활용하긴 부적절했다.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에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로부터 ‘사업성이 떨어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망 의무 구축 분을 채우지 못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2022년 12월, SK텔레콤은 2023년 5월 각각 5G 28㎓ 주파수를 반납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새로운 5G 28㎓ 주파수 주인찾기에 나섰다.

문제는 연이은 5G 28㎓ 정책 실패 속 해외 후발주자들은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줄리안 고먼(Julian Gorman) GSMA 아태지역 대표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밀리미터웨이브를 둘러싼 생태계가 성숙해가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긍정적인 건 최근 인도의 한 공장에서 5G를 적용해 유즈케이스를 발굴하는 등 프라이빗 네트워크 활용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가 성숙하면서 혁신 비용(Innovation cost)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품질논란의 시발점이 된 5G 28㎓ 주파수를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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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자(제4이동통신 사업자)와 관련해서도 연이은 선정 실패 속 일각에선 과연 현 이동통신시장에 경쟁이 필요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경쟁이 필요하다면 이를 촉진시킬 주체가 신규 기간통신사업자가 되어야 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규사업자 선정 취지가 가계통신비 인하라면 기존 알뜰폰 정책과 배치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신규사업자의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라며 "제일 중요한 건 요금 경쟁이 아닌 통신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신규사업자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이어진 규제 속 통신생태계 전반에서 이통사의 투자를 촉진시킬 ‘당근책’ 마련도 정부에 주어진 과제로 언급됐다.

비단 5G 28㎓ 뿐만이 아니다. 6G로 넘어가면서 통신망의 발전이 지금과 다른 양상이 뛸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5G 성숙기 돌입에 따른 이통사의 투자 위축으로 이미 국내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6G를 앞두고 장비사는 오픈랜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혁신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더욱이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조치 영향으로, 네트워크 기술 실증을 위한 정부 지원도 줄어든 상황이다. 통상 실증은 비(非)R&D에 해당되지만, 예산 분배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투자를 받고자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최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CEO 간담회는 가계통신비 절감에만 이야기가 집중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연말 정부가 추가로 발표할 통신 종합대책에는 장기적으로 6G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업의 발전을 이끌 정책이 담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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