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홍지윤 개인전 '홍지윤스타일'
2025년 2월 16일까지
금호미술관 홍지윤 개인전'홍지윤스타일'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금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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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한 ‘퓨전 동양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는 기존 동양화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미술적 가능성을 열어나간다.
가장 독특한 공간 중 하나는 금호미술관 지하에 자리한 의상실 공간이다. 분홍 꽃무늬 벽지가 한가득 채운 이곳은 작가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 의상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의 가게를 그대로 재현한 이 공간은 그가 작가의 길을 꿈꾸게 한 원천을 담고 있다.
작가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옷들과 자신이 어릴 적 보며 꿈꿨던 디자인 샘플들을 함께 전시했다. 재봉틀과 자수가 놓인 천, 드레스와 한복 등 다양한 의상들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작가의 기억과 추억이 담긴 상징적 작품들이다. 여기에 홍지윤이 작가가 된 후 선보인 회화와 자수 작품이 더해지며, ‘작가 홍지윤’을 형성한 유년기의 흔적들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홍지윤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꽃’이다. 그의 꽃은 단순한 자연물 표현을 넘어 화려한 색감과 대담한 구성으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독일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형광색을 활용한 작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전통적인 수묵화 중심의 동양화에서 벗어나 형광색과 강렬한 색채를 결합한 그의 시도는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금호미술관 홍지윤 개인전'홍지윤스타일'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금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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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전통 동양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작업 방식을 시도했다. 포토샵으로 먼저 구상을 잡은 후 A4용지에 출력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대형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그림을 밟아가며 작업을 완성했다. 기존 동양화가들에게는 낯설고 파격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는 이를 통해 독창적인 회화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러한 작업 방식으로 탄생한 대형 캔버스 작품들이 벽을 가득 메우며, 홍지윤 스타일의 본질을 보여준다.
문학과 음악, 예술의 경계를 허문 홍지윤의 작품은 시와 음악, 문학과 예술의 융합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회화 작품 위에는 슈베르트의 음악 악보, 단테의 서곡, 윤동주의 시구 등이 적혀 있다. 직접 쓴 시를 작품 위에 더해 감상과 기록, 사유를 결합한 그의 작업은 관객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문학적 모티브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치원의 시 촉규화에서 영감을 받은 '접시꽃 들판에 서서'는 전통적 문학과 동양화의 융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작이다.
금호미술관 홍지윤 개인전'홍지윤스타일'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금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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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술의 매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광화문 광장에 선보였던 미디어 파사드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했다. 이 작품은 올림픽 종목을 상징하는 픽토그램에 꽃을 접목한 영상으로, ‘동백 아가씨’와 ‘라 트라비아타’의 음악과 함께 전개되며 관객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이 외에도 그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작업 방식에도 도전했다. 1층에 전시된 최신작 별, 꽃, 아이는 아이패드를 사용한 드로잉에서 출발해 아날로그적 표현으로 완성된 회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홍지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홍지윤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집대성했다. 과거 포토샵과 A4용지를 이용했던 방식부터 아이패드로 발전한 현재까지, 그의 작품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작가는 전시 주제, 그리고 그동안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 그림과 작업 방식은 세월과 함께 변해왔지만, 이런 변화의 과정마저도 모두 ‘홍지윤 스타일’입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아낸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홍지윤 스타일'은 단순한 작가의 회고를 넘어, 전통과 현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어우러진 예술의 새로운 장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전시는 2025년 2월 16일까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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