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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끝난 윤석열의 정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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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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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상식’을 핵심 가치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여정은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비호하며 불공정 이미지를 쌓았고, 급기야 야당에 대한 적대감과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비상식 대통령’의 끝을 보여줬다.

■김 여사에게 충성···공정 가치 상실

윤 대통령은 검찰 여주지청장이었던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수사 외압이 심각하다고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국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된 뒤에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면서 공정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슬로건으로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를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이 가치를 바탕으로 정치 참여 선언 11개월만에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하지만 공정이란 가치는 윤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배우자인 김 여사의 학력·경력 허위 기재 논란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임기가 시작된 후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고, 명품가방 수수 및 공천개입 의혹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런 과정에서 시종일관 김 여사에게 관대한 태도와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정이란 자산을 잃었다.

검찰 시절 엄정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김 여사 문제에선 유독 약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논란에 ‘박절’, ‘매정’ 같은 단어를 써 남편으로서의 입장만 냈다. 여론에 밀려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한 KBS와의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 같은 인사를)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달 7일 기자회견 때는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고 두루뭉술하게 사과한 뒤 김 여사 특검법 추진에 대해서 “삼권분립 체계의 위반”, “정치선동”, “인권유린” 등의 표현을 써서 비판했다.

김 여사 논란은 윤석열 정부를 흔드는 늪으로 작동했다.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탄핵에 이르게 된 건 윤 대통령 스스로 선포한 비상계엄 때문이지만 저변에 깔린 문제는 김 여사 논란이었다”며 “김 여사 논란만 없고, 윤 대통령이 잘 대응만 했다면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비판을 이렇게 받지 않았을 것이고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수단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부정선거···비상식의 정점

윤 대통령은 임기 동안 독선과 고집이 점차 강해지면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황당한 결과물을 내놨다. 임기 초부터 정책과 인사 혼란이 이어졌다. 이는 야당의 반발과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압도적 야당 우위의 국회 의석 구조와 타협을 모르는 윤 대통령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여야의 극단적 대결은 심화됐다. 이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고집스러운 스타일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윤 대통령의 타협 없는 태도를 보여주는 정책 실패 사례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 의대 증원 2000명을 내걸고 물러서지 않았다.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대란이 벌어져도 물러나지 않았다. 국민 목숨을 볼모로 의료계가 휴진을 이어가도 윤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인사에서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한 차례도 채택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타협보다는 임명 강행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인사청문 대상자는 총 29명이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신원식·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등 기관도 광범위했다. 문재인 정부(23명),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법안 대결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년 7개월의 임기 동안 25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이승만 전 대통령(45건)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횟수다.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모든 횟수(21건)보다도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 횟수가 더 많다.

여권에선 이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독선이 점차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소야대가 아니었다면 윤 대통령이 저렇게 외골수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은 점차 야당은 반대만 하는 악한 세력이고 자신이 옳다는 확정 편향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자신을 지지해주는 극우 유튜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자멸했다. 비상식을 넘는 반헌법적 범죄였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의 근거 중 하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스템 부실을 제시하며 스스로 부정선거 음모론자임을 보여줬다. 일부 극우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을 믿고, 야당을 악으로 규정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셈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비상계엄을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비상계엄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결국 윤 대통령 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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