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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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 혐의를 전면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나온 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해 신병 확보에 성공했지만 그가 입을 닫으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검찰은 비상계엄에 관련된 다른 인물들에 대한 조사와 물증을 통해 윤 대통령 혐의를 입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 등에 따르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그는 15일 현재 검찰 조사 등에서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제외하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8일 긴급체포됐다. 이후 검찰 조사에 협조적인 편이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을 취했다. 비상계엄 선포 며칠 전부터 윤 대통령과 계엄 선포를 논의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책임은 오직 저에게 있다”면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포기했다. 법원은 지난 1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 태도가 바뀐 건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장관에게 계엄령 발령 담화 방송으로 국민들께 알린 이후 병력을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라거나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했다”면서 실제 국회를 장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야당에 경고만 하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법정 공방 장기화를 예고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고문으로 일했던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자신의 사건을 맡겼으나 그가 구속된 이후 대륙아주 측이 변호인을 사임하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사건을 다수 대리·변호한 이하상 변호사(법무법인 자유서울) 등을 새로 선임했다. 새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첫 입장문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요건이 충족됐는지는 대통령만이 판단할 수 있는 고유한 통치행위이므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입장문에선 “검찰이 출석을 강요하고, 진술을 강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불법수사에 조력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내란에 조력하는 것”이라며 진술거부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검찰이 특정 정당의 정치적 수사도구로 전락했다면서, 관련 검사들을 불법체포·불법감금 등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전 장관이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윤 대통령으로 향하던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함께 계엄 선포를 사전 논의한 김 전 장관이 입을 다물면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논의하고 포고령 작성, 국회 병력 투입, 정치인 체포 등에 관여한 구체적인 진술과 물증이 상당수 확보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른 주요 인물들의 진술과 물증을 보강하는 한편 김 전 장관의 진술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 하나에만 의존해서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며 “다른 증거를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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