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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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됐다. 한동훈 대표는 “저는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지만, 친윤석열계 인요한·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과 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사퇴했다.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하면 지도체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실질적인 효력은 없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선 ‘지도부 총사퇴’에 참석자 93명 가운데 73명이 찬성했다. 한 대표가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친한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과 친윤계 인요한·김민전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진 최고위원의 사퇴는 의외로 여겨진다. 장 최고위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이미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친윤계는 이를 고리로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해 한 대표를 물러나게 한다는 구상을 해 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오늘의 사태는 당내 분열책동으로 인해, 보수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면죄부를 헌납한 꼴”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그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적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한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의총에선 친윤계를 중심으로는 한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고 한다. 한 대표는 ‘탄핵 반대 당론을 따랐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반발에 “제가 투표했냐. 전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고, 헌법기관이 투표해서 나온 결과”라고 반박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또 “비상계엄은 내가 하지 않았고,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자 고성이 오고갔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계엄을 못 막은 건 당대표 책임”이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 심각한 불법 계엄사태를 어떻게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려고 노력했고, 조기 사퇴를 비롯한 질서 있는 퇴진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무산됐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고 상황을 정상으로 빨리 되돌리려면 탄핵안 가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 저는 제가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해 탄핵안 가결을 자초한 것일 뿐,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출직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하면서, 한 대표가 직을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당내 여론도 한 대표에게 크게 불리한 상황이다. 한 대표가 의총장을 떠난 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도부 총사퇴 요구 결의안’을 거수 표결에 부쳤다. 의총장에 남은 의원 93명 가운데 73명이 찬성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적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의원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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