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민주주의 지켰다” 국회 앞 가득 채운 함성[윤석열 탄핵 가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의도에만 주최 측 추산 200만명…커피·주먹밥 등 나누며 ‘동료 시민’ 연대

부산·광주·대구 등 전국 곳곳서 집회…가결 순간 얼싸안거나 눈물 흘리기도

경향신문

국회 앞 모여든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14일 서울 여의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승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시민들이 대거 집결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함성과 박수로 진동했다. 시민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펄쩍펄쩍 뛰었다. 부산 전포대로, 광주 5·18민주광장, 대구 동성로, 대전 은하수네거리 등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린 전국 각지에서도 일제히 함성이 터져나왔다.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 모인 3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은 일제히 주먹을 높이 치켜세웠다. 서로를 얼싸안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시민도 많았다. 주변 빌딩에 있던 시민들도 일제히 창문을 열고 손뼉을 쳤다.

경향신문

미국에서도 “탄핵” 미국 교민들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촛불행동’ 주최로 워싱턴 백악관 앞 라파예트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의 시민들은 무도한 국가권력을 끌어내릴 힘이 주권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이날 집회에서 확인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측이 추산한 국회 앞 집회 참석 인원은 200만명(경찰 신고 집회 인원 20만명)이었다. 오후 3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규모 집회엔 전국 각지 시민들이 참석했다.

지난 7일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 불성립’이 집회 참석을 더 이끌었다. 울산에서 상경한 50대 이모씨는 국회 앞 집회에서 “지난주 표결에 실패한 것을 보고 속상해서 오늘 보탬이 되려고 나왔다”고 했다.

경향신문

온기 나눠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일인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거리에서 한 시민이 무료로 핫팩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온정과 지지, 응원의 손길은 국회의사당에 모여든 인파를 ‘동료 시민’으로 묶었다. 사비를 털어 마련한 김밥과 핫팩, 주먹밥과 어묵이 도심 곳곳에서 온기를 퍼뜨렸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진 따뜻한 커피는 매서운 추위만 녹인 게 아니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드러난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치밀함에 다치고 얼어붙은 마음들이 거리에서 곁을 지킨 동료 시민들의 존재로 아물고 녹았다.

경기 수원에서 올라온 김양미씨(49)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직접 지은 주먹밥을 ‘탄핵을 부르는 밥’이라 이름 지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군을 먹이던 주먹밥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김밥 받아가세요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김밥집에서 ‘선결제된 김밥이 남아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길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집회를 메웠다. 그 확신은 풍자와 해학으로 이어지며 ‘투쟁의 현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 ‘은평 버뮤다 삼각지대 생존자 모임’ ‘한국마법소녀협동조합’ 등 각양각색 깃발이 여의도 곳곳에서 나부꼈다. ‘중생대 공룡협회’라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들고 공룡 옷을 입고 온 한소현씨(28)는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다면 우리는 ‘운석 충돌’을 앞둔 공룡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민 승리의 경험은 미래세대의 역사에도 고스란히 남게 됐다.

10대 청소년들은 지난 4일부터 집회를 찾아 주권자의 뜻이 국가권력을 이겨내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오전 7시 버스를 타고 전북 전주에서 동생과 함께 상경한 박시현양(15)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선우군(15)은 수능 시험지를 빗대 만든 ‘2025년 탄핵 영역’ 문제지를 들고 있었는데, ‘필적확인란’의 문구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였다.

김정화·최서은·이예슬·강한들·고귀한 기자 cle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해제, 탄핵 순간 사라진 국회의원은 누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