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처참하게 부서진 차량. 연합뉴스 |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화목했던 한 가정의 가장을 숨지게 한 화물차 운전기사가 항소심에서도 무거운 꾸지람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2형사부(이창섭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및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기사 A씨(51)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피해자 가족은 "누군가의 소중한 미래를, 그리고 가족을 더 이상 빼앗아 갈 수 없도록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주시길 바란다"며 "한 자, 한 자 진심을 담아 탄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피해자의 가족이 낸 탄원서 문구를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운전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며 "그리고 피고인이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경위에 대해 어떠한 참작 사유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음주와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과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 4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유족과 피해자 모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9시 45분쯤 전북 완주군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1t 화물트럭을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했다. 이에 반대차로에서 마주 오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들이받아 운전자 B씨(62)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B씨의 아내(60)도 다리가 부러져 14주간의 치료와 이후로도 재활이 필요한 중상해를 입었다.
사고 장소는 편도 1차로 도로여서 B씨는 트럭의 갑작스러운 중앙선 침범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0.151%였다.
A씨는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사고 당시에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한편 지난 7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절절한 문구로 법조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정재익 부장판사는 "다소 무뚝뚝했으나 항상 아내와 함께하고 따뜻한 남편이었던, 손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할아버지였던, 아들이 제대하면 함께 낚시를 가기로 약속하고 전역 날을 고대하던, 매일 딸과 영상 통화하며 둘째 손주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던, 조카에게 전화해 '아버지에게 잘하라'고 소소한 이야기를 건네던, 가족과 친척, 동료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던 평범한 소시민인 피해자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망인이 됐다"며 "이는 음주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라고 판결문에 적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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