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전면전 예고
韓 “탄핵 찬성” 회견에 친윤 폭발
“대표 사퇴하라” 고함 터져나와
“표 대결하자 미친 X들” 막말도
압도적 당선 권성동, 韓 본격 제동
박형수 등 친윤 원내지도부 임명
탄핵 가결 땐 韓 사퇴 압박할 듯
韓, 입장 번복 혼선 등 책임론도
12일 오전 10시22분 국회 본청 내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연단에 선 한동훈 대표 입에서 “(대통령 담화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내용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오자 장내는 일순간에 고성과 욕설이 빗발치는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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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소리 지르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쏟아지는 항의들에 일일이 응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상을 이유로 한 대표 사퇴론을 띄우는 친윤계와 조기대선 출마를 구상하는 한 대표 간 전면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총장서 대놓고 싸운 韓·친윤
당초 친윤계와 중진들 사이에는 한 대표가 탄핵 정국에 대한 중대 입장을 당내 의견 수렴 없이 밝힌 데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한 대표는 이날도 예고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고, 의총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를 자백했다며 제명·출당시키겠다고 했다. 그러자 친윤계와 중진들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들고 일어난 것이다.
거센 항의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오전 담화 내용을 비판하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고 말하자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씀인가”라고 따지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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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강명구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무엇을 자백했다는 건지 말씀해 보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 대표는 “선관위와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의도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걸 (윤 대통령이) 얘기했다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고성이 계속되자 한 대표는 친윤계 임종득 의원을 콕 집어 “일어나서 말씀하라”고 했다. 임 의원은 “못 일어날 것 같아? 이 자리가 무슨 자리예요”라고 항의했다. 한 대표는 “경어를 써야 하지 않겠나, 임 의원?”이라고 응수했다.
한 대표는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을 수차례 부르며 “말해 보시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고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는데 내란죄라고 대표가 단정하는 건 서두른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어떤 의원은 장내를 향해 “의총에서 표 대결을 해라. 미친 X들아”라고 일갈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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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장악한 친윤, 韓 사퇴 압박
권 원내대표는 취임 즉시 한 대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 소집을 지시하자 “대통령실에 전달하면 대통령이 알아서 거취를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어깃장을 놨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정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선 “탄핵 부결 당론을 정정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에 박형수, 원내대변인에 서지영, 비서실장에 김대식 의원을 각각 임명하며 친윤 색채가 짙은 원내지도부를 세웠다.
친윤계는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 대표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사퇴를 압박하겠단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탄핵안이 통과하면 직을 던지겠다’(지난 7일 의원총회)고 한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의 거취가 중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친윤계 최고위원 3인방(김민전·김재원·인요한)에 더해 선출직 최고위원 1명이 추가로 사퇴하면 한 대표는 곧장 당대표직을 잃기 때문이다. 다만 장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탄핵에 대한 상황이 달라졌다”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통화하는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당의 어려운 시국을 정비하고 조만간 있을지 모르는 대선에 대비하는 태세를 마치면 물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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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는 韓, 조기대선 꿈꾸나
그러나 한 대표가 12·3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 탄핵 필요성을 시사했다가(6일), 입장을 바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역설하고(7일), 위임 통치 체제를 선언해 위헌 논란을 일으킨 후(8일), 이날 또다시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킨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관·유지혜·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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