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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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라며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판례와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윤 대통령이 편 주장 대부분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법을 해석했고 이미 드러난 사실과도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며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외교권 행사와 같이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이므로 법원이 범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법원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법심사 대상으로 본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에 대해 내란죄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신군부도 윤 대통령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이라면서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대통령의 통치행위 개념은 인정하지만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기속돼 당연히 사법심사의 대상”이라며 “이번 계엄은 명백히 국회를 마비시키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내란”이라고 말했다.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을 요건으로 한다. 형법은 ‘국헌문란’을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고, 대법원 판례는 ‘폭동’이 “폭행·협박의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정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한 데 대해선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자정을 넘긴 새벽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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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그가 국회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군·경 지휘관들의 진술과 배치된다. 양홍석 변호사는 “내란죄에서 폭행·협박이란 가장 넓은 개념이고 군대를 국회에 진입시킨 행위 자체를 ‘폭동’으로 봐야 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군과 경찰이 막은 순간 구체적 위험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 A변호사는 “국회 기능을 중단시키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군대 동원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인지는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국회가 계엄을 해제해 2시간만에 끝난 것이지 실제 계획은 더 심각했다면 ‘폭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12·3 비상계엄은 법률상 선포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고 법률가들의 일관되게 평가한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선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한 검사·감사원장 탄핵과 정부 예산 삭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A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는 적의 침공으로 치안상태가 불안해 법원이 판결을 못 하고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을 말한다”며 “야당이 국정에 협조하지 않는 정치적 혼란을 비상사태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의 예산심의나 탄핵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수단이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국회의 견제가 국가비상사태라는 강변은 윤 대통령의 전체주의적 헌법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서버 확보를 군에 지시한 데 대해선 ‘부정선거’ 의혹을 에둘러 제기했다. 군을 동원해 선관위 서버를 점검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노희범 변호사는 “법치국가에서 의혹이 있다면 영장을 받아 조사해야지 영장이 안 나온다고 군대를 보내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겠느냐”며 “담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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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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