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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팩트체크] 여인형, “맞든 틀리든 군인은 명령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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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사진=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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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상황에서 왜 그랬냐' 하는데,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이잖아요. 군인은 그 명령에 따라야 된다고 강하게 생각을 해요. 위기 상황이니까 맞나 틀리나 그거 따지기가 쉽지 않아요. 원래 계획이 이렇게 돼 있으니까 그냥 내가 해야 될 일을 준비해야 되지 않냐 그런 거죠”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기자들에게 한 발언입니다.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12ㆍ3 계엄 당시 군 병력을 투입했던 지휘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었습니다.

내란이 실패하고, 국회와 시민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그때 왜 거부하지 못했는지 후회하며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법원은 내란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군인은 명령이라면 무조건 움직여야 하는 것일까요?

JTBC 팩트체크팀이 확인해봤습니다.

① 군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군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죄의 종류에 따라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습니다.

군과 관련한 범죄의 경우 특별법인 군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데, 형량이 일반법인 형법보다 무겁습니다.

가장 무거운 처벌인 사형에 대한 집행 방식으로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형법엔 사형의 집행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군형법은 '총살'(제3조)입니다.

형법상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의 형량도 다릅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형 선고가 가능하지만 반란 수괴는 사형 외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이런 군형법은 '상명하복'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항명(제44조), 집단항명(제45조), 상관의 제지 불복종(제46조), 명령위반(제47) 등 모두 4개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항명과 집단항명은 상황에 따라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비상계엄 지역에서 이뤄진 집단항명의 경우 수괴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그 밖의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할 수 있고, 개인의 항명인 경우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역시 '명령 복종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명령 복종 규정들에 명확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정당한' 명령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당한 명령이 아니면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역시 명령은 계통과 법규 등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권한 밖 사항을 명령해선 안 된다고 제한했습니다. (제24조 제1항, 제36조 제4항)

반대로 적법한 명령이 아니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군사(軍事)에 관해 거짓 명령이나 통보, 전달한 사람이 처벌될 수 있습니다. (군형법 제38조, 제39조)

계엄지역에서라면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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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26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2.12 및 5.18 1심 선고공판. 노태우,전두환 전대통령,(앞줄) 유학성,차규헌,황영시(뒷줄)가 판결선고를 앞두고 피고인석에 서있다. 〈사진출처: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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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쿠데타로 불린 12ㆍ12 군사반란에서도 반란에 참여했던 부하들이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97도3376)

① 허삼수

1979년 12월 12일 당시 보안사령부 인사처장이었던 허삼수는 12ㆍ12군사반란 직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80여 명의 수사본부 병력을 이끌고 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한 인물입니다.

② 박종규

육군특수전사령부 제3공수특전여단 15대대장이었던 박종규는 그날 최세창 제3공수여단장의 지시를 받고 병력을 동원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했습니다.

③ 신윤희

신윤희 당시 육군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 부단장은 12월 12일 조홍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장으로부터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헌병단 소속 무장 헌병 55명을 동원해 수경사령부를 포위, 사령관실로 진입해 장 사령관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은 전두환 등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 '정당행위'(형법 제20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관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할 것이나,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법한 명령에 복종해 이뤄진 불법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이 전두환과의 반란을 모의하거나, 적법하지 않은 계통을 통한 지시 및 체포 행위에 대해 이미 알면서도 가담한 것'로 봤습니다.

결국 허삼수는 징역 6년, 박종규, 신윤희는 각각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따라서 상명하복이 분명한 군이라고 해서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한편 군형법은 부하 여럿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을 알고도 진정(鎭定)을 위해 필요한 방법을 다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군형법 제93조)

진정이란 진압평정을 찾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관이 세력화한 부하들의 불법에 눈감지 않도록 의무를 강제해 둔 겁니다.

② 위급한 상황이라 정당한 명령인지 따질 겨를 없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위급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정당한 명령인지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급한 상황이라 일단 명령에 복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엄 상황에 투입된 여러 부대 지휘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 전 사령관이 계엄 상황에 대해 사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이 지휘한 방첩사가 계엄 계획과 포고문을 직접 작성했으며, 여 전 사령관이 직접 국정원, 경찰, 그 외 다른 특수부대들에도 협조요청을 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위치 추적 및 체포 대상 명단 불렀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체포를 위해 (정치인 등의) 위치 추적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지호 경찰청장)

"장관께서 직접 명단을 불러줬다면서 받아 적으라 했고, (명단 속 인사 14명을)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송시키라고 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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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 체포 명단 〈출처:민주당 안규백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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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러난 폭로와 증언, 정황을 고려할 때 여 전 사령관은 명령에 복종한 것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이 '위급한 상황'을 강조했지만 현재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12.3 계엄이 더 큰 혼란과 불안을 만들어냈습니다.

따라서 위급한 상황으로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는 여 전 사령관의 발언은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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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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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수사기관과 법원은 12.3 계엄을 내란으로 보고 있습니다.

계엄에 동원된 군의 지휘관들이 속속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지시 정황을 폭로하면서 위헌 위법 계엄의 실체도 더 드러나고 있습니다.

헌법상 계엄 해제권을 갖고 있는 국회에 침투해 의원들을 체포하거나 강제로 해산하려 시도하고,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적법한 계엄 상황에서도 계엄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점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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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6일 공개했다. 〈사진=행정안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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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폭로와 조지호 경찰청장의 국회 증언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의 위치 추적을 요청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도 현장 부대 지휘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휘한 정황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대통령께서 '의결 정족수(150명)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씀하셨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 장관에게 (계엄)당일 야간 임무를 줄 수 있다. 과천 청사 인근에 대기할 수 있도록 해라'는 지시를 받았다" (문상호 국군 정보사령관)

"장관이 전화로 국회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그러나 일부 지휘관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며 명령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여인형 전화에서) 명단을 듣고 '미친 X'이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메모를 안 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좀 이상한,우려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계엄 선포가 되면서 엄중하구나 생각하면서 포고에 의해 움직였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이런 상황들을 종합할 때 12.3계엄은 불법적인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복종해야 하는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지은〉



오이석 기자,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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