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민영치, 도쿄 공연 앞둔 한일 합작 '망한가' 음악감독 맡아
도쿄서 한일합작 가무극 '망한가' 공연 |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일 양국의 전통 예술인들이 모여 근대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고 화합과 교류의 장으로 나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공연입니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11∼12일 일본 도쿄의 노(能) 전용극장인 노가쿠도(能樂堂) 무대에 오르는 '망한가(望恨歌)'의 음악감독인 재일동포 민영치 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혼을 위로하는 일본 전통극인 '노'와 즉흥무인 시나위 및 판소리 등이 어우러진 양국 공동 창작극"이라고 소개했다.
타다 토미오 도쿄대 명예교수가 대본을 쓴 '망한가'는 일제 강점기에 결혼 1년 만에 징용공으로 일본 규슈 탄광으로 끌려가 강제노역하다 숨진 '이동인'과 그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을 기다리다가 하얗게 백발이 된 아내가 일본인 승려로부터 남편이 강제노역 시절에 쓴 편지들을 받게 되면서 느끼는 한과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합작 무대를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한 민 감독은 "재일동포로서 어려서부터 노를 봐왔고 모국에서 국악을 전공하면서 양국 전통 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서 조화로운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국립국악원과 일본 아트리에 카슈가 공동 제작한 이 공연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한국 관객들과 먼저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인 아내 역할은 일본 중요무형문화재인 우자와 히사 씨가 맡았다. 전통 북과 관악기 연주 등에 일본 전통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젊은 시절의 아내역에는 이하경 등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악단 및 정악단 단원이 함께했다.
또 본 공연에 앞서 노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삭쿄(石橋)의 시시마이(獅子舞)와 시나위 무대로 분위기를 띄운다.
그는 "'망한가'는 대사를 판소리나 정가로 바꾸기도 하고 우리 전통춤 등을 삽입해 양국 악기가 어우러지도록 했다"며 "공연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역사와 아픔, 그리고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고통을 직시해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이 담긴 무대"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대표적 전통예술 극장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양국의 전통예술이 어우러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사카에서 출생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장구를 배우기 시작해 고교 시절 유학으로 서울 국악고등학교를 나온 후 서울대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국내 첫 퓨전 국악단인 '슬기둥'과 타악기 그룹 '푸리'의 창단멤버로 활동했고, 김덕수 사물놀이패, 정명훈, 강산에, 신해철, 싸이, 양방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협연을 펼쳐왔다.
그는 "일본의 많은 문화예술인은 근대사에서 일본이 이웃 나라에 저지른 잘못을 인식하고 있다"며 "재일동포로서 한일 양국에 걸쳐 있는 정체성을 살려 양국 간 문화 교류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망한가' 음악감독 민영치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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