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질서있는 퇴진론’을 내세우면서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분간 대통령의 권능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12·3 내란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수사 단계마다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질서있는 퇴진론’이 내란 수사를 방해하면서 윤 대통령에게는 ‘방탄 무기’가 될 거라는 지적이다.
압수수색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단서를 뒀다.
이제까지 대통령실이나 청와대 경내에 대한 압수수색은 번번이 이 조항에 가로막혀 모두 ‘임의제출’ 형식으로 정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수사하던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2012∼2013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승낙하게 된다.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직무 권한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쉽지 않은데, 권한이 있는 상태에서는 어려움이 더 가중된다”며 “‘내란’이라는 초유의 혐의가 적용된 만큼, 윤 대통령이 직무에서 물러날 경우 그를 대행할 국무총리나 대통령 경호처 등이 압수수색에 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설 경우에도 직무가 유지되는 상태라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9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 가능성에 대해 “요건이 맞으면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속한 전례는 없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긴급체포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탄핵이 의결된 상황이었으면 이미 했을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이 여러 직무 권한을 가진 채 경호를 받는 상황에서 체포가 쉽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곧 본회의에 올릴 예정인데, 범야권 의석수(192석)만으로 무난히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무배제’ 약속을 깨고 두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로만 형사 소추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들어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는 직권남용죄나 국회법 위반 등도 의율이 가능한데,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은 내란죄 외에는 소추되지 않는다고 버티면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직권남용 혐의 관련 진술을 거부하거나 압수수색 등 관련 절차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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