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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고령화 그늘…'70세 이상' 1인가구 비중, '20대 이하'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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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5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김모(85·경기 파주)씨는 15평 규모 주택에 홀로 산다. 나라에서 주는 기초연금 약 30만원과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합쳐 한 달에 90만원 정도로 생활한다. 빠듯한 살림만큼 힘든 건 외로움이다. 김씨는 “자식 셋이 주말에 종종 찾아오지만, 평일엔 삼시 세끼를 오롯이 혼자 먹는다. 집이 적막해 잘 때도 TV를 틀어놓는다”고 말했다.

위의 사례는 대한민국 1인 가구 평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4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782만9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한다. 2015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후 매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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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 진입을 예고하듯 고령화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전체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19.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9세 이하(18.6%), 60대(17.3%), 30대(17.3%)가 그 뒤를 이었다. 2022년까지는 29세 이하가 가장 많았지만, 작년부터 70세 이상이 역전했다.

1인 가구로 생활하는 주된 이유도 ‘배우자의 사망’이 31.9%로 가장 많았다. ‘본인의 학업·직장 때문’은 22.4%, ‘혼자 살고 싶어서’는 14.3%로 집계됐다. 과거엔 결혼하지 않은 청년 세대가 1인 가구의 핵심이었다면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주된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1인 가구 연간 소득, 전체 가구의 절반도 안 돼



1인 가구의 삶은 여전히 팍팍했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223만원이었다. 전년보다 7.1%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 소득(7185만원)과 비교하면 44.9% 수준으로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63만원으로 전체 가구(279만2000원) 대비 58.4% 수준에 그쳤다. 1인 가구 자산은 올해 기준 2억1217만원으로 전체 가구(5억4022만원)의 39.3% 수준이었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1.3%로 집계됐다. 10명 중 7명은 무주택자인 셈이다. 1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정책에서도 주택 안정 지원(37.9%)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돌봄 서비스 지원(13.9%)과 외로움 등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10.3%)이 뒤를 이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주거·교육) 수급을 받는 1인 가구는 131만4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수급 대상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73.5%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1인 가구는 매년 증가세다. 작년 10월 기준 취업자 1인 가구는 467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2만 가구 증가했다. 연령대별 비중은 50∼64세가 26.5%로 가장 많았다. 30대(23.3%), 15∼29세(19.4%)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1인 가구 증가, 소비 회복에도 제약



한국은행의 ‘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1인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은 다른 가구보다 크게 악화해 경제 전체의 소비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보고서는 “전체 소비 지출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 가구의 소비 성향 둔화는 우리 소비의 구조적인 제약 요인”이라며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이들 가구의 주거·소득·고용 안정이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경우 여러 리스크에 대응해야 해 소비 성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보다 행복감이 줄어드는 것과 돌봄 공백도 문제”라며 “특히 고령층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가급적 길게 노동시장 안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돌봄에 대한 대책도 보다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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