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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우크라 침공했다가 시리아에서 대가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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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퇴진에 시리아 내 해군·공군기지 철수 위기

중동·아프리카 영향력↓…"반군 대반격 때도 이미 구경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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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력을 기울이며 시리아를 방치하다가 지중해 진출을 위한 유일한 루트를 잃을 위기에 처한 러시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라는 늪에 빠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대가를 치렀다' 제하의 기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사반세기(25년)에 걸친 집권 중 가장 큰 지정학적 좌절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중동 상황에 밝은 전문가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중동 문제 전문가 안톤 마르다소프는 "그곳(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개입이 비용을 초래했다"면서 "그 비용은 시리아였다"고 말했다.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 타르투스에는 소련 시절인 1971년부터 존재해 온 러시아군 해군기지가 있다. 이 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막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기지도 리비아와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내 우방국에 군사적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러시아는 2011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패망 위기에 몰리자 2015년 무력 개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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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타르투스에 있는 러시아군의 지중해 해군기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푸틴 대통령은 2017년 시리아 내 러시아군 공군기지를 찾아 "테러범들이 다시 머리를 든다면 그들이 본 것들과는 다른 전례 없는 폭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은 정부군은 2019년 말에는 반군을 북서부 이들리브 주(州) 일대에 고립시키면서 대세를 굳히는 듯했고, 시리아는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력 부활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절치부심 칼을 갈아온 반군이 지난달 말 제2 도시 알레포를 기습 점령하고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파죽지세의 진격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과거와 달리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NYT는 "(시리아 수도가 함락된) 일요일, 러시아는 킹메이커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했다"고 적었다.

익명의 미 당국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려고 시리아에 있던 자국 군용기 다수를 본국으로 돌린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가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보스포루스 해협의 군함 통행을 차단하면서 러시아 흑해함대를 동원할 길이 막히고,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작년 무장반란 시도 이후 시리아 작전에서 배제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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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시리아 북서부의 흐메이밈 공군 기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유진 루머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중동 및 지중해에서의 유일한 거점을 상실한 데 더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동에서의 가장 오랜 고객조차 잡다한 민병대 무리에게서 지키지 못한다면 러시아를 파트너로 둬서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라면서 "작전 측면에서의 좌절에 더해 이는 외교·평판 측면에서도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향후 들어설 시리아 새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내전 기간 정부군을 도와 반군 지역을 무차별 폭격, 전투원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최소 수만명을 살상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까닭이다.

NYT는 "전문가들은 (반군을 지원한) 튀르키예와 협상을 하는 방안이 러시아 입장에선 가장 희망적일 수 있지만, 튀르키예가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는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아사드 대통령이 자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히면서 시리아의 상황을 '극도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 이상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 역시 최근 몇주간 시리아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NYT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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