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응해야 한다' 규정 있지만…'수사 한창' 검경 수용 여부 미지수
법원, 중복수사 조정 요구…수사력 논란 속 사활 건 공수처 "전원 투입"
답변하는 오동운 공수처장 |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김다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8일 검찰과 경찰에 수사 중인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이첩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비상계엄 사건 수사권을 주장하며 이견을 노출하는 가운데 공수처까지 이첩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수사기관 간 갈등이 증폭하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4시 22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독립수사기관"이라면서 "공수처장은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이첩 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 조서 등을 공수처에 넘겨달라는 취지다.
공수처는 법원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영장을 '중복 청구'를 이유로 기각하면서 기관 간 조정 조치를 취해달라고 한 점, 검찰과 경찰이 수사 우선권 등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점 등을 고려해 이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부터 처장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리 등을 검토한 결과 군 관계자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도 덧붙였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검찰·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경우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수사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수사의 효율 등을 고려해 각 수사기관(검찰, 공수처, 경찰 등)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상당한(타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공수처는 설명했다.
공수처는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등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기관인 만큼,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적임자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국회 통제로 계엄 선포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검찰의 경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계엄 선포를 심의하는 데 참여했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역대 수사한 사건 중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 아직 없다. 유일하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발사주' 사건이 있었지만 최근 서울고법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등 고질적인 '수사력 부족' 문제가 지적된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군검사 등 6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경찰은 150여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꾸린 상태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향후 공수처는 처장의 지휘 아래 수사 인력 전원(처·차장 포함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을 투입해 신속히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17조 4항이 검찰과 경찰에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만큼, 검경에 수사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주요 관련자에 대한 신문 등 초동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압수수색, 참고인 조사 등 수사에 필요한 조치들을 관계 수사기관과 협조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검찰과 경찰이 이같은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공수처법은 이첩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위반 시 제재 규정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설사 검찰이 공수처 요구대로 사건을 넘긴다고 하더라도, 이미 긴급체포한 김 전 장관의 신병을 공수처에 넘길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다.
검찰은 이날 새벽 김 전 장관을 6시간여 조사한 뒤 긴급체포했고, 경찰은 이날 오전 김 전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경이 공수처보다 한 발 앞서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세부적인 것은 9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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