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참석차 파리 방문…
각국 정상들, 트럼프 이미 '미국 대통령'으로 대우…
머스크·수지 와일스 등 트럼프 2기 자문단도 참석,
CNBC "우크라 관련 전문 지식 가진 인물은 빠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의 초청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맨 왼쪽)이 7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3자 회동은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AP=뉴시스 |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참석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을 미 대통령 공식 취임 전 정상외교 활동의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을 확인했다.
CNN·CNBC·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에서 열린 기념식 참석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기념식 참석 이후에는 윌리엄 윈저 영국 왕세자를 만났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회동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자 회동에서 프랑스 국민이 5년 만에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을 환영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며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당신은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때 보여줬던 연대와 즉각적인 행동을 기억한다.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축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프랑스에 온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세상이 지금 좀 미쳐가는 것 같다"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동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45분 늦게 엘리제궁에 도착해 회동에 합류했고, 이들은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회동 후 공개 발언은 없었다. 대신 마크롱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각 소셜네트워크(SNS) X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생산적인 회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X에 "미국, 우크라이나, 프랑스가 역사적인 날에 함께 모였다. 평화와 안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자"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산적이고 좋은 3자 회동이었다. 트럼프는 언제나처럼 단호했다. 감사하다"며 "우리는 계속 협력하고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남겼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회동 후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3자 회동이 있었다는 뉴스 링크만 공유했다.
외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강조한 만큼 이날 회동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회동 시간이 30분에 불과해 구체적인 종전 방안 등 깊이 있는 논의는 없었을 것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프랑스 현지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이 마크롱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선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구체적인 종전안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날 회동으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에 있는 노란색 넥타이를 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7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해 성직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트럼프 당선인은 엘리제궁 방문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참석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프랑스 당국은 엘리제궁을 방문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았고, 기념식 내 그의 자리를 마크롱 대통령 옆으로 배치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다른 국가 정상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등장하자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마크롱 대통령은 레드카펫을 준비하는 등 트럼프에 대한 전폭적인 외교적 환영을 아끼지 않았다"며 "마크롱과 다른 유럽 지도자들은 아직 취임하지도 않은 트럼프를 이미 미국 대통령으로 여기며 그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질 바이든이 남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트럼프 측 인사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와 수지 와일스(수석 비서실장), 마사드 불로스(중동 특사) 등 트럼프 2기 내각 인사 내정자들이 함께했다. 불로스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넷째 딸 티파니의 시아버지로, 아랍 및 중동 문제 담당 수석 자문위원을 맡을 예정이다. CNBC는 "기념식에 참석한 트럼프 당선인 자문단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왼쪽) 여사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이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
일로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르트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AFPBBNews=뉴스1 |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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