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는 역적”…안중근 의사 심문 담긴 회고록 경매 나온다

서울옥션 17일 경매 개최
박경리 ‘토지’ 육필원고도

안중근 의사 생전 모습이 담긴 인화 사진 자료. 서울옥션

최근 국내에 처음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일본인 외교관 오노 모리에의 안중근 의사 회고록이 경매에 나온다. 이 회고록에는 오노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의거 후 하얼빈 일본총영사관으로 압송된 안 의사를 직접 심문한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동기를 묻자 “한국을 망친 역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왼손 약지를 자른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원래 북한국의 산 사냥꾼이었는데 그 당시 토끼를 요리할 때 실수로 손가락을 잘랐다”고 했다. 동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답변을 한 것이다. 오노에게 담배를 건네 받고 ‘생큐’라고 짤막하게 말하는 안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있다.

오노 모리에의 14쪽 분량 회고록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와 하얼빈 의거 관련 인화사진 7점과 유리건판 8장이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 일괄’(추정가 별도문의)로 서울옥션이 오는 17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개최하는 ‘제181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다. 백범 김구가 1946년 직접 붓과 먹으로 시를 쓴 ‘시고’(600만~2000만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경매 출품작은 총 137점(Lot),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70억원이다. 전시 프리뷰는 7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되며 경매 당일인 17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는 한국의 개인 소장자가 일본에 있던 사료를 최근 발굴해 출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자료와 동일한 자료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오노 모리에 회고록은 하얼빈 의거 실행일인 1909년 10월 26일과 안중근 의사가 일본 영사관으로 인도된 후 공식적인 첫 신문이 이뤄지는 30일 사이 사흘 간의 흔적을 알려주는 자료로, 안중근 의사 관련 연구에서 이 기간은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었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안중근 의사의 심문 내용이 담긴 일본인 외교관 오노 모리에의 회고록. 서울옥션

이번 경매에서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문학의 주요 자료들도 새 주인을 찾는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제5부 육필 원고(48권·추정가 별도 문의)는 이번 경매로 미술시장에 처음 공개된다. 오타를 고치고 표현을 다듬어 놓은 부분 등 2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집필된 작품을 마무리했던 작가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등록문화유산 제470-4호로 등록된 김소월의 ‘진달래꽃’ 1925년 초판본(1억8000만~4억원)과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26년 초판본(1억~2억원), 출판 당시 작가가 자비로 딱 100부만 찍은 것으로 알려진 백석의 ‘사슴’ 1936년 초판본(9000만~2억원) 등 한국문학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희귀 서적 7점이 경매에 오른다.

한편 근현대미술 섹션에서는 조지 콘도의 2004년작 ‘The Screaming Priest’(6억~9억원)와 이중섭의 은지화 ‘아이들’(6000만~1억원), 김창열의 2003년작 ‘물방울’(4000만~8000만원), 박서보의 1988년작 ‘묘법 No.88910’(4억8000만~7억원), 이우환의 1984년작 ‘무제’(3억~5억원), 나라 요시토모의 2003년 판화 ‘In the Cloud’(5900만~1억원), 천경자의 1981년 종이 회화 ‘타오스 프에블로’(8000만~1억5000만원)를 비롯해 이건용, 이강소, 전광영, 서도호, 이배, 양혜규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그 밖에 천연 다이아몬드와 유색 보석, 희소성이 높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샤넬의 가방 등 럭셔리 품목도 다채롭게 나올 예정이다.

조지 콘도 ‘The Screaming Priest’(2004·추정가 6억~9억원). 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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