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산하 잡지 부편집장 "사랑하는 여자 위해 세계의 적 선언"
"수십년간 쌓아온 韓 소프트파워 훼손할 수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 |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주시했던 중국 주요 매체들이 5일 한국의 탄핵 정국도 시시각각 보도하며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서고 경찰은 윤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죄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중국중앙TV(CCTV)와 환구시보 등도 탄핵소추안 표결 예정 소식을 발 빠르게 알렸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 온라인 백과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 추진까지 과정을 모은 자료가 '12.3 한국 정쟁'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고 별도로 '12.4 윤석열 탄핵안' 자료도 등장했다.
바이두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무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까지 걸린 시간을 나타내는 '한국의 6시간 40분'이 이날 오후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국신문망은 '한국 정치 상황 급변, 대통령은 왜 청와대 저주를 피하지 못하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황르한 중국 화교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영상에서 "한국 정권이 번번이 이른바 '청와대 저주'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예상됐던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짚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 "이 저주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앞으로 한국 사회가 직면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긴 했지만, 청와대에서 집무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란핑얼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 "한국이 최근 수십년간 쌓아온 소프트파워를 훼손할 수 있다"라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라고 분석했다.
계엄령 선포에 국회 앞은 아수라장 |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한 관심도 중국 내에서 커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신화통신 산하 잡지 '환구' 류훙 편집장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牛彈琴)은 "한국이 하루아침에 변했다. 10가지 질문"이라는 글을 전날 올렸다.
뉴탄친은 해당 글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웠지만, (계엄 선포의) 계기는 김건희 여사의 뇌물 수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임을 선언한 것"이라며 "이런 소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도 글로벌타임스에 "비상계엄령은 잘 계획된 결정이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에 가깝다"라며 "아내에 대한 조사 같은 가족 문제로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의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보도 태도에는 이를 계기로 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부각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권에서는 오랫동안 당파 대립이 심각했고 정쟁이 극심했다"라면서 "이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스캔들과 고발은 한국 정치의 일반적 현상이 됐다"라고 전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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