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7개월 만에 두 번째 단독 콘서트
계엄 선포·해제 혼란 속 예정대로 4일 고척돔 무대에 올라
5일까지 2차례 공연…총 4만명 운집
젊은 여성의 워너비…20~30대 여성 비율 높아
남자친구인 英 배우 칼럼 터너와 동행 내한
[서머싯=AP/뉴시스] 두아 리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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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여긴 우리만 존재해요. 바깥의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요!"
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Dua Lipa)는 '트레이닝 시즌(Training Season)'으로 포문을 열고 '원 키스(One Kiss)'에 이어 세 번째 곡 '일루전(Illusion)'을 부른 뒤 이렇게 인사했다.
현재 정치적 요인으로 한국 사회가 뒤숭숭한 가운데 노래 제목 자체가 주는 '환상성'이 세상과 다른, 이곳 우리만의 공간에 대한 느낌을 더 강조했다.
리파는 "지금은 우리가 중요해요. 오늘 밤은 오직 우리 만을 위한, 우리에 대한 시간이에요. 다 같이 즐깁시다"고 용기를 줬다.
이날 공연은 전날 밤과 이날 새벽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해제 여파로 인해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열렸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이 취소되는 게 아니냐 걱정했는데, 리파는 팬들을 위해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근심, 걱정을 잊는데 음악만한 게 없다. 게다가 리파는 황홀한 무아지경을 보여주는 클럽 문화에 어울리는 음악에 특화된 뮤지션이 아닌가. 디스코는 물론 레이브(RAVE), 프렌치하우스 등 일렉트로니카 풍의 음악이 연이어지며 고척스카이돔이 대형 클럽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레비테이팅(Levitating)'이 발군이었다. "문라이트(moonlight)", "스타라이트(starlight)" 같은 노랫말을 구현한 영상, 조명 효과가 눈이 부셨다. 특히 모델 같은 리파는 긴 팔, 긴 다리를 이용해 시원시원한 춤을 선보였다.
[서머셋=AP/뉴시스]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Dua Lipa)가 지난 6월28일 영국 서머셋 워시 팜에서 열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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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룰스(New Rules)'와 '일렉트릭시티(Electricity)'는 백미였다.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몸짓과 저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정감 있는 그루브는 대체불가였다.
원곡에서 영국 팝스타 엘턴 존과 함께 부른 '콜드 하트(Cold Heart)'를 부를 땐 존을 대신해 관객들이 같이 떼창을 해줬고 스마트폰 플래시가 공연장을 은하수처럼 수놓았다.
'애니싱 포 러브(Anything For Love)' 같은 정적인 순간도 있었다. 건반 하나가 빚어내는 선율에 맞춰 이 곡을 부르던 리파는 막바지에 무반주로 가창하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피지컬(Physical)'로 시작된 앙코르부터는 다시 댄스 타임이었다. '댄스 더 나이트(Dance The Night)' '돈트 스타트 나우(Don't Start Now)' '후디니(Houdini)'로 이어지는 강력한 히트곡 퍼레이드는 긴 겨울밤을 대낮처럼 밝혔다.
공연장엔 특히 근사하게 잘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인터파크 티켓 이번 콘서트 예매자 연령대 비율을 살펴보면, 20~30대가 84.6%(20대 47.1%·30대 37.5%)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의 비율이 71.9%에 달했다. 여성들의 워너비로 통하는 리파인 만큼 젊은 여성들의 공연장 운집은 예견됐다.
6년7개월 전 내한 때는 하이틴 스타에 가까웠는데 이번 내한에선 특히 리파는 주체성이 넘치는 무대를 잇따라 선보였다. '돈트 스타트 나우'가 증명하듯, 그녀는 여성의 권리와 다양성을 위해 노래해왔다. 그런 메시지가 공연에선 리파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승화됐다.
[서머싯=AP/뉴시스] 두아 리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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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리파의 모습에 공감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글로벌 팝스타가 됐다.
이번 내한엔 남자친구인 영국 배우 칼럼 터너(Callum Turner)와 동행했는데 이들 커플은 테일러 스위프트·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 커플에 비견되며 동경을 얻고 있다. 숨기지 않고 애정을 드러내는 리파의 사랑에 많은 이들이 감화된 것이다. 리파의 이름인 두아는 알바니아어로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사랑의 의인화가 됐다. 코소보에서 살다 영국으로 이주한 알바니아인 부모를 둔 리파는 다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번 내한공연은 월드 투어 '래디컬 옵티미즘'의 하나다. 5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회당 2만명씩 총 4만명이 운집하게 된다. 2018년 5월 첫 단독 공연 때 예스24라이브홀에서 1차례 공연해 2000명이 모였으니 무려 20배가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리파는 이렇게 많은 젊음이 공연장에 모이는 이유를 증거했다. 예상할 수 없는 삶은 특히 갈수록 젊은이들에게 계엄(戒嚴)처럼 무자비한데, 그런 상황에 조리 있게 반응하면 예민하다고 세상은 답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폭력이 닿지 않은 다른 공간에서 마음껏 춤추길 원한다. 엄혹한 12월의 초엔 이번 리파의 공연장이 그런 역할을 했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쉴 새 없이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는 그녀는 흡사 원더우먼 혹은 블랙 위도우 같은 여성 히어로였다.
각자가 자신의 일에 충실할 때 우리는 연결된다. 바깥이 이 전제를 보여주지 못하는 때, 리파와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임으로써 고립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만이 모일 수 있는 콘서트장에 가는 이유다. 리파는 오는 7일까지 피치스 도산에서 팝업 스토어도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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