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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관세 전쟁까지 촉발한 펜타닐…중국 안 막나,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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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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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첫날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5일(현지시각) 전격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이유는 ‘펜타닐’이었다. 중국이 충분히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아 미국에 펜타닐이 유입된다는 게 ‘보복 관세’의 명분이었다. 중국 원료로 합성된 펜타닐이 매년 미국인 수만명의 목숨을 앗는 건 사실이다. ‘중국이 펜타닐로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미국. ‘미국이 국내 의약품 관리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라는 중국. 각자의 시각은 절반씩의 진실을 담고 있다.







300만 달러 펜타닐 제조…필요한 건 3600달러와 인터넷





펜타닐을 둘러싼 미·중 간 불신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후반, 합성 오피오이드(아편성 진통제)가 미국에 퍼져나갔다. 옥시코돈과 하이드로코돈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퍼듀 제약사가 옥시코돈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장기 통증 관리책으로 적극 홍보하면서 대중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다.



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미 식품의약국은 2010년께부터 처방 지침을 강화했다. 처방약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암시장이 등장했다. 이 시장을 합성 오피오이드 중 저렴하고 효능이 강력한 중국산 펜타닐이 장악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산 펜타닐이 국제우편, 밀수입 등을 통해 미국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을 출처로 지목하고 줄기차게 단속을 요구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움직였다. 펜타닐 관련 모든 물질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했다. 펜타닐 완제품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1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꼽힌다.



문제는 ‘완제품’만 막는다고 펜타닐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펜타닐은 합성 마약이다. 펜타닐의 재료인 전구체를 조합해 펜타닐을 합성해낼 수 있다. 전구체는 그 자체로 약물이 아니고, 합법적 용도로도 쓰이는 물질들이다. 펜타닐보다는 규제가 느슨하다. 미국외교협회 자료를 보면, 2022년 말 현재 전구체를 생산하는 소규모 화학회사가 중국에 최소 16만개가 있다.



실제 중국 판매자로부터 펜타닐 제조를 위한 화학 원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는 매우 쉽다. 로이터의 지난 7월 탐사보도를 보면 인터넷으로 3600달러어치 원료를 주문해 300만달러어치 펜타닐을 만들었다. 보도를 보면 원료는 작은 전자기기나 저가 상품으로 위장돼 항공편으로 미국에 배송됐다. 대량의 중국 수입품 속에서 세관을 무사히 통과했고, 멕시코 카르텔이 운영하는 마약 제조실로 밀반입됐다.



중국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의회에 널리 퍼져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와 가까운 공화당 인사들은 중국이 합성 오피오이드 확산을 통해 미국인을 해치고 있다고 믿는다. 지난 4월 하원 중국특위가 발표한 초당적 보고서도 이런 믿음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펜타닐 화학물질을 수출하는 자국 기업에 세금 환급을 제공하고, 마약 밀매와 연계된 단체들이 해외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한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 충돌…이후 협력 중단





2022년 큰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 정찰 풍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등이 잇따르면서 미·중 갈등이 심각해졌다. 마약 퇴치 협력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소통 채널이 닫혔다. 2022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7만6000명 이상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사망자가 급증했다.



2023년 11월 양국 정상 간 만남을 계기로 협력이 다시 시작됐다. 5개월 뒤 중국 당국은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의 마약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 중국 조직의 용의자를 체포했는데, 이는 양국 간 법적 협력의 드문 사례로 꼽힌다.



현재도 양국의 법 집행기관 인사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사건을 논의한다. 한 미국 관리는 “중국의 협조 수준은 서방 국가들이 보면 부러워할 수준”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바이든의 대화 중심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이들은 중국과의 외교적 대화를 인내심 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새 행정부가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시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협력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중국 은행들 제재 검토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트럼프뿐 아니라 미·중 논의에 정통한 일부 전·현직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다고 한다. 이들은 로이터에 ‘중국이 일부 분야에서는 도움이 되었지만, 미국의 주요 마약 퇴치 과제를 일부러 지연시켰고, 더 많은 협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전략적 양보를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 고위 미국 관리는 로이터에 “중국은 모든 것을 지렛대의 관점에서 본다. 펜타닐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 회담 직후 중국 경찰은 약 5000개의 화학 중개업체와 원료 판매 회사들을 단속했으며, 가장 심각한 위반 업체들을 폐쇄했다. 14개의 화학 관련 웹사이트와 1000개 이상의 온라인 상점을 폐쇄했다. 그러나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온라인 업체들은 다른 이름으로 쉽게 다시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합성 오피오이드 제조에 사용되는 많은 화학물질은 합법적인 용도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중국은 이러한 제품을 너무 많이 금지하거나 규제하면 중국의 거대한 화학 산업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금융제재 카드까지 검토 중이다. 시행된다면 적대국이 아닌 국가의 은행을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된다.



로이터는 26일 트럼프 인수위원회 인사들이 펜타닐 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추진 중이라며 “트럼프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계획을 보면, △카르텔의 돈세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및 멕시코 주요 금융 기관 형사 기소 △펜타닐 거래에 연루된 중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대규모 제재 △최우선 수배 마약 밀매자에 대한 현상금 강화 △멕시코 카르텔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전쟁 △펜타닐 문제를 ‘테러와의 전쟁’에 준하는 수준으로 다루기 위한 미국 정보기관의 역량 재배치 등이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의 한 관리는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다. 중국은 국제 상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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