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장률 전망 하향에 주목…"금리인하, 과연 선제적 조치였나"
지속되는 반도체 업황 부진도 부담…"작은 악재에도 투심 위축 반복"
서울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곽윤아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가 커진 가운데 우리나라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면서 29일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시장의 불안심리는 오히려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한때 전장 대비 2.30% 내린 2,446.96을 기록하는 등 약세 끝에 1.95% 내린 2,455.91로 하락 마감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가 2.34% 내린 것을 비롯해 반도체주, 자동차주, 이차전지주 등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업종이 내림세였다.
매도세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외국인이 약 7천500억원 순매도세를 보였다.
전날 한은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코스피가 소폭(0.06%) 반등했으나, 이 같은 효과는 하루도 가지 않았고 코스피는 6거래일 만에 2,500선에서 밀려났다.
이를 두고 기준금리 인하가 증시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통상적 인식과 달리, 경기둔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면서 시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 이번 금통위에 주목한 점은 금리인하보다도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과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당국의 경기판단이었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도 증시에 악재인 '사후적 금리인하'냐, 증시에 호재인 '선제적 금리인하'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며 "이런 양상이 국내 증시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지금은 '사후적 금리인하'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이날 통계청이 공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산업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5개월 만에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재발과 견조한 경기로 인해 1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동결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국내 금리인하가 양국 금리차 확대 우려와 단기적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 금리차가 커졌는데 미국은 12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아주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설 역시 엔캐리 트레이드(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 청산을 재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 업종인 반도체의 업황 부진 전망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증시 부진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범용 메모리 수요 부진과 가격 모멘텀 둔화가 반도체 업종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분쟁이 고조될 경우 반도체 산업의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전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무역 감소와 반도체 업황 부진을 지적하며 한국 증시에 대한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국내 경제지표 부진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선제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국내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으로 증시의 펀더멘털도 약해졌다"며 "이로 인해 작은 악재에도 투심이 크게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반등을 위해선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짚고, 우리나라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내달 3일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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