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계 수정돼 급증…올해 잠정치는 비자 강화에 20%↓
스타머 "브렉시트, 열린국경 실험" 前정부 비난…이라크와 국경안보 합의
영국 공항 국경 관리소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의 연간 순이민이 90만6천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2023년도(2022년 7월∼2023년 6월) 132만명이 영국으로 이주하고 41만4천명이 영국을 떠나면서 순이민이 90만6천명으로 집계됐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 대비 순이민 증가율은 43%에 달한다.
앞서 발표됐던 순이민 잠정치는 74만명이었으나 이날 나온 수정치는 그보다 16만6명 늘었다. 수정 전에도 이 연도의 순이민자 수는 사상 최다였다.
통계청은 대폭 수정에 대해 통계에서 누락됐던 우크라이나 이주민, 장기 거주 비자로 전환한 기존 영국 체류자에 대한 데이터가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도(2023년 7월∼2024년 6월) 순 이주민은 전년보다 20% 감소한 72만8천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120만7천명이 유입됐고 47만9천명이 떠났다.
순이민 감소는 전임 보수당 정부가 이민을 줄이기 위해 유학생의 가족 동반 제한, 돌봄 노동자 가족 동반 금지, 숙련 근로자 임금 요건 상향 등 각종 비자 규정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비자와 학업 비자 신청은 각각 7%, 9% 감소했고 유학생 동반 가족 비자 신청은 41% 급감했다.
이주민 120만여 명 중 약 100만명(86%)이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중국, 짐바브웨 등 비유럽연합(EU) 국적자이며 84만여 명이 근로 가능 연령대다.
순이민이 전년보다 감소했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계속 압박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민이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최대 요인의 하나로 이민 급증에 대한 반대 여론이 꼽히는데, 2024년도 순이민은 2016년도(32만1천명)의 두 배를 크게 웃돈다.
이날 별도로 발표된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5월∼2024년 4월 망명 처리에 쓰인 비용은 53억8천만파운드로, 전년보다 36% 급증해 사상 최대가 됐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망명 신청 후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은 9만7천170명으로 전년보다 22% 줄었으나 노동당 정부 출범 직전인 올해 2분기 말보다는 13% 늘었다.
기자회견 나선 스타머 총리 |
스타머 총리는 이번 수치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민 급증은 브렉시트를 비롯한 전임 보수당 정책의 실패라고 맹비난하면서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수치에 대해 "전임 정부가 '열린 국경 실험'을 했음이 드러났다"며 "이 정도 규모의 실패는 단순히 운이 나빴거나 우연인 것이 아니다. 정책이 이민 자유화를 위해 개편됐고 브렉시트는 영국을 열린 국경 실험으로 몰아넣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민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보고 싶다"며 이를 위한 정부 계획을 담은 백서를 조만간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주민 대다수는 우리 인력 격차를 메우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며 현재의 점수 기반 이민 제도를 개편하고 영국 내 인력 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가 비자 규정을 어기거나 최저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엄중히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정부가 이민 상한선은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여러 해에 걸쳐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던 만큼 임의적인 수치는 뽑아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라크와 밀입국 범죄집단 단속을 강화하고 국경을 강화하는 내용의 안보 합의를 이뤘다고도 밝혔다.
합의에는 영국에 체류할 권리가 없는 사람의 본국 송환에 속도를 내고 귀국자의 재통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영국은 이라크에 국경 관리 인력 역량 강화를 위해 최대 30만파운드(약 5억3천만원), 쿠르디스탄 지역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20만파운드(3억5천만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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