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변호사 “개인의 아픔을 흥미로만 소비하는 건 경계해야” [이혼 권하는 사회]

정혜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전담변호사

변호사는 ‘이혼’, ‘재혼’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중이 생각하는 이혼은 더이상 쉬쉬해야 하는 과거가 아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하나의 선택이다. 부정적인 시각이 줄고 있는 모습이다.

정혜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전담변호사도 이러한 사회 변화를 주목했다. 정 변호사는 “이혼은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며 “작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이혼건수는 9만2000여건에 달했고, 이혼 전문 변호사도 2021년 517명에서 2024년 851명으로 무려 64%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혼을 결점으로 여기는 것보다 ‘그럴 수도 있지’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대중화되고 있다. 이혼을 밝힌 연예인이 부부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예능에서 진행자를 맡기도 하고, 그런 관찰 대상자로 연예인 커플이 출연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이 프로그램에서 전하는 사연은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시청률에 기여한다.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폭언, 폭행, 불륜 등 갖가지 갈등으로 싸우는 부부의 모습은 비혼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이혼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TV 시청률과 유튜브 다시보기 조회수 등이 보장되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지만, 다뤄지는 문제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치로 보듯 이혼은 사회 전체의 관심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의 아픔을 예능이라는 포맷 아래서 재미와 흥미만 끌어내는 것은 경계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 변화와 법률 제도의 발전, 가족 지원 시스템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야 할 때”라고 미디어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밝혔다.

시청자들도 출연자의 입장에 과하게 몰입하기보단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출연자들의 사연은 방송 이후 대중의 평가 대상이 된다. 일부 시청자는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분쟁의 원인을 지목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안에 다뤄지는 이야기만이 결혼의 다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이혼은 하나의 소재일 뿐, 사회에는 갈등이 없거나 있어도 극복하고 살아가는 가정이 존재한다.

정 변호사는 “예능은 오락이라는 특성상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 스스로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부분을 걸러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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