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토닐로 국경 횡단지점의 장벽. 게티이미지뱅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표한 것과 관련해 ‘이민·마약 관련 정책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엔엔(CNN)은 26일(현지시각) 트럼프 인수위 관계자가 “대규모 관세 부과 공약은 이민 및 무역 문제와 관련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초기 경고 사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자는 ‘이민자와 마약을 단속하라는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 중국 상품에는 추가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9년 5월 30일 ‘국경 위기 대비를 위한 긴급조치’ 성명을 발표했다. 멕시코 정부의 소극적인 불법 이민자 대책을 지적하며 조속한 대응이 없을 경우 멕시코산 수입품에 6월 10일부터 5%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매달 5%포인트씩 올려, 10월엔 최대 25%까지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멕시코는 발표 이튿날 외무부 장·차관을 미국에 급파했고 관세부과 예정 3일 전인 6월 7일에 관세 조처 무기한 보류에 합의했다. 당시 미국 주요 기업 로비 단체들은 해당 조처가 불법이라며 미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트럼프 인수위 관계자는 “당시 전례 없는 ‘망명 신청자 심사기간 동안 멕시코 머무르기 정책’에 멕시코 정부가 동의했던 건 관세 협박 덕분”이라며 “이번 발표는 첫 임기 때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고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무역 외 분야에서 협상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위 공동 의장이자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루트닉은 선거 전 시엔비시(CNBC)와 인터뷰에서 “관세는 다른 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장벽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협상 카드”라며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관세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품에 관세를 매겨 물가상승을 촉발하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다. 시엔엔은 “전날 발표가 무역 전쟁의 서막처럼 보였지만, ‘이민자와 마약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낼지’와 관련한 계획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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