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잔나비, 그룹 라이즈 출신 승한/사진=텐아시아 사진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밴드 잔나비가 탈퇴 멤버 유영현을 활동 중 스태프로 등용하면서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룹 라이즈 승한의 활동 복귀 시도 이후, 대중의 반감을 산 멤버를 단체 활동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한 차례 더 생겼다. 이어지는 비판에 업계에선 관대함을 접어두고 대중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잔나비가 '학폭'(학교 폭력) 프레임을 벗어나기에 실패했다. 2019년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밴드에서 탈퇴한 유영현을 공연 음향 관련 보조 인력으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영현은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공연 현장과 밴드 합주 현장 등에서 협력했다. 앨범 작업과는 무관한 보조 인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 재합류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잔나비 소속사 페포니뮤직은 공식 팬카페 공지를 통해 "유영현 군의 음향 보조 인력 건에 대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건으로 인해 팬분들께 큰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잔나비의 프론트맨 최정훈 역시 "그 속내를 있는 그대로 여러분들에게 다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사태와 부조화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며 "그 친구를 옳지 못한 과정으로 스태프로 품고자 했던 것을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사한 사례로 그룹 라이즈의 승한 팀 복귀 시도를 꼽을 수 있다. 승한은 2023년 9월 라이즈로 데뷔했지만, 데뷔 전 사생활 문제로 같은 해 11월 팀 활동을 중단했다. 여자친구와 숙박업소를 방문한 사진, 타 그룹 멤버를 비난하는 영상 등이 팀 탈퇴 계기가 됐다.
활동 중단 11개월 만에 소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승한의 팀 활동 복귀 소식을 알렸다. 라이즈 팬덤이 소속사 사옥으로 근조화환을 보내고 성명문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해 복귀 발표 이틀 만에 자진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승한은 자필 편지를 통해 "제가 팀에서 나가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팬분들께도 더 이상의 혼란과 상처를 드리고 싶지 않고 멤버들에게도 더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회사에도 더는 피해를 드리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밴드 잔나비/사진=텐아시아 사진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엔터 회사가 사생활 문제로 그룹을 탈퇴 혹은 활동을 중단한 멤버를 다시 활동에 끌어들이는 배경에는 업계의 느슨한 도덕적 관념이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아티스트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가져왔다. 업계 종사자가 일반 대중보다 부도덕하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다만, 대중이 요구하는 '연예인'이라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도덕성도 상품 가치만 있다면 대개 용인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한다. '역사적으로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에 맞춘 아티스트는 극소수다. 오늘날의 기준을 통과한 예술가의 작품만 향유해야 한다면 인간 예술의 역사가 무가치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2024년에 20세기의 논리를 적용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개인의 도덕적 흠결을 숨기기도 쉬웠으며,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 역시 오늘날 대중의 시선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2024년에 살고 있는 만큼, 누구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2024년의 대중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이들을 관리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소속사는 대중의 반감을 사 그룹에 함께하지 못한 멤버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그룹 전체에 '학폭' 혹은 '사생활 문제'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전에 말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