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컨트리 가수 샤부지가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브리지스톤 아레나에서 열린 제58회 컨트리음악협회상 시상식에서 공연하고 있다. 내슈빌/AP 연합뉴스 |
흑인 컨트리 가수 샤부지(29)의 ‘어 바 송’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9주 연속 1위를 하며 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백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컨트리가 이제 인종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음주 20주 연속 1위 신기록을 세울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빌보드는 25일(현지시각) “샤부지의 ‘어 바 송’이 빌보드 ‘핫 100’에서 19주째 1위를 차지하며 최장 기록 동률을 기록했다”며 “66년 차트 역사에서 19주 동안 1위를 차지한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피처링 빌리 레이 사이러스)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7월8일 처음 ‘핫 100’ 정상에 오른 ‘어 바 송’은 ‘핫 컨트리 송’ 차트에서도 23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나이지리아 이민 가정 출신으로 백인 비율이 70% 이상인 버지니아 태생인 샤부지는 최근 빌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버지니아 출신이다. 그곳의 스타일과 삶의 방식을 좋아한다. 컨트리 음악은 삶의 작은 부분도 가치 있다고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미국 흑인 컨트리 가수 샤부지. 샤부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
그는 컨트리 가수이면서도 힙합, 록 등 다른 장르에 대한 편견 없는 음악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 바 송’도 2004년 힙합 뮤지션 제이 권이 발표한 ‘팁시’(Tipsy)의 랩 플로를 가져와 컨트리로 재해석한 곡이다. 그는 평소 롤링 스톤스, 그레이트풀 데드, 레드 제플린, 패럴 윌리엄스, 미시 엘리엇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왔다.
음악의 외형은 혼종돼있지만, 가사는 여느 컨트리 노래처럼 백인 블루칼라의 전형적인 신세 한탄을 담고 있다. ‘어 바 송’ 노래 속 주인공은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내 여자친구는 버킨백을 원하지/ 그는 밤새도록 내게 얘기해/ 기름값, 식료품비, 리스트가 끝이 없어/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건 소용없어/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지?”라고 한숨을 내쉰다. 본질은 유지하되 장르적 비틀기를 통해 신선함을 안겨주면서 기존 컨트리 팬은 물론, 새로운 청자들까지 유입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샤부지는 2025년 그래미 최우수 신인,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미국 흑인 컨트리 가수 샤부지가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브리지스톤 아레나에서 열린 제58회 컨트리음악협회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내슈빌/AP 연합뉴스 |
샤부지의 성공은 모건 월렌, 제이슨 알딘 등 최근 몇년 새 백인 보수층이 주도한 컨트리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찰리 프라이드가 1967년 흑인 최초로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컨트리의 문을 두드렸지만, 흑인은 여전히 컨트리계의 주변인이었다. 하지만 2018년 흑인 래퍼 겸 가수 릴 나스 엑스가 백인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와 협업한 ‘올드 타운 로드’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흑인 컨트리가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기세를 이어 올해 비욘세가 발표한 컨트리 앨범 ‘카우보이 카터’는 흑인 여성 가수 컨트리 앨범 가운데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했고, 2025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 등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흑인 컨트리의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샤부지의 성공은 컨트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미 대통령 후보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던 비욘세의 컨트리 앨범이 좋은 평가를 받는 등 이제는 정치적 색채보다 음악 자체의 매력에 대중이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젊은층에게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었던 컨트리가 비욘세나 샤부지를 통해 개성 있고 매력적인 음악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안에서만 인기가 있는 ‘찻잔 속 태풍’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차트를 보면 ‘어 바 송’은 36위다. 빌보드 성적에 견주면 높은 순위는 아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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