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알라딘’에서 알라딘 역을 맡은 박강현(왼쪽)과 자스민 공주 역을 맡은 이성경. 에스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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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너무 많았다.
블록버스터 뮤지컬 ‘알라딘’이 지난 22일 베일을 벗고 대중과 만났다. 2010년 브로드웨이 입성 뒤 전세계 2천만명 관객을 모은 오리지널 무대와 같은 규모로 한국에서 초연되는 이번 작품은 개막 전부터 뮤지컬계 최대 화제작이었다. 알라딘 역에 김준수·서경수·박강현, 램프의 요정 지니 역에 정성화·정원영·강홍석, 자스민 역에 이성경·민경아·최지혜, 자파 역에 윤선용∙임별 등 초호화 캐스팅도 팬들을 설레게 했다.
23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알라딘’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연출로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줄거리는 뮤지컬 작곡 거장 앨런 멩컨의 명곡이 담긴 디즈니 동명 애니메이션(1992)과 같다. 좀도둑 알라딘이 우연히 요술 램프를 얻고, 자스민 공주와 사랑에 빠진 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원작에 등장했던 여러 동물 캐릭터가 생략되고, 앙상블을 위해 알라딘을 돕는 3명의 친구 카심(서만석), 오마르(육현욱), 밥칵(방보용∙양병철)이 새로 등장하는 등 약간의 각색이 더해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너무 많은 뮤지컬 ‘알라딘’ 장면. 국내 초연 무대가 지난 22일 개막했다. 에스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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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개의 화려한 양탄자 무늬로 이뤄진 커튼이 올라가자마 눈이 휘둥그레진다. 작품 속 상상의 도시인 아그라바의 저잣거리가 현실이 된 듯 눈앞에 펼쳐진다. 애니메이션보다 더 화려한 의상에 눈이 시릴 정도다. 브로드웨이 원작 디자인과 같은 의상들로, 토니상을 3회나 받은 그레그 번즈가 디자인했다. 의상을 만들기 위해 모로코, 튀르키예, 인도 등 9개 나라에서 2천개의 원단을 수입했다고 한다. 일부 의상엔 수천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사용해 가만히 있어도 번쩍번쩍 빛이 난다.
첫번째 넘버 ‘아라비안 나이트’ 무대부터 30명의 출연자들이 모두 출동해 역동적인 안무와 노래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면서 풀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처럼 화려함의 단계를 더 끌어 올린다. 지니가 처음 등장하는 신비의 동굴 무대가 열릴 때 객석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터진다. 원작에선 어두침침한 동굴이라는 설정이었으나, 뮤지컬에선 황금으로 둘러싸인 황금 동굴로 꾸몄다. 황금에 반사되는 조명으로 공연장이 환해진다. 지니가 램프에서 나와 20여분간 펼치는 ‘원맨쇼’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동명 실사 영화(2019)에서 윌 스미스가 연기했던 지니처럼 속사포로 퍼붓는 대사량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 에스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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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대사도 ‘킬포’(킬링 포인트)다. “너 어디서 왔니?”라는 알라딘의 물음에 지니는 “잠실역(공연장 인근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왔지”라고 답하고, 알라딘의 친구는 “공복 유산소를 했더니 근 손실이 오네”라고 말하는 식이다. 지니가 스마트폰 거치대를 꺼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는 장면에 관객들은 배꼽을 잡는다.
역시 클라이맥스는 알라딘과 자스민이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날아가며 부르는 ‘어 홀 뉴 월드’다. 역동적인 비행 장면을 뮤지컬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했을지는 최대 관심사였다. 와이어 같은 장치가 보이지 않는데도 양탄자에 올라탄 알라딘과 자스민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활공한다. 구체적인 연출 기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뮤지컬 ‘알라딘’ 장면. 에스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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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화려함과 즐거움만을 선사하고 끝나는 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술탄(이상준∙황만익)은 여성을 옥좨왔던 국법의 폐기를 선언하며 딸 자스민에게 “너의 삶은 너의 선택으로 이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성의 주체성이란 주제 의식도 강조한다. 자스민의 주체성을 강조해 호평받은 실사 영화와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내년 6월까지 공연하는 ‘알라딘’은 현재 연말을 포함한 1차 예매 티켓이 모두 동난 상태다. 그래도 내년 2월4일~3월3일치 공연의 2차 예매가 다음달 4일 시작되니 기회를 노려보자. 서울 공연 뒤 내년 7월부터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마법’을 이어간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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