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마마 어워즈' 무대에 선 빅뱅 대성, 지드래곤, 태양(왼쪽부터). CJ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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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중문화 시상식은 상이 주어지고 난 직후부터 소위 ‘뒷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모두가 납득하고 만족할 만한 ‘승자’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든 해외든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펼쳐진 ‘2024 마마 어워즈’는 그런 ‘뒷말’이 상대적으로 크게 적은 시상식으로 남았다. 결과에 모두가 만족한단 뜻은 아니다. 무려 9년 만에 마마에 출연한 지드래곤과 다른 빅뱅 멤버 태양과 대성, 즉 ‘현 시점 완전체 빅뱅’ 3인이 시상식 자체 화제성을 독식해버린 탓이다. 이에 “누가 무슨 상을 받았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는 반응까지 튀어나오는 실정.
이런 게 이른바 ‘마지막 대중스타’의 진면목이다. 대략 2018년 즈음부터 큰 덩어리의 대중시장이 잘게 갈라져 수많은 팬덤형 시장들로 나뉘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3년여 동안 이 같은 흐름이 폭발적으로 진행돼 이제 더 이상 ‘대중스타’는 나오지 않고 ‘그들만의 스타’들만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단 것. 그러다보니 저 ‘마지막 대중스타’, 2018년 이전 대중시장서 스타덤을 굳힌 이들이 일으키는 반향도 유난히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당장 23일 마마 무대 영상 조회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이튿날인 24일 오전 9시까지 인기 최정상을 달리는 여타 K팝 아티스트들 영상도 200만뷰를 채 못 넘기고 있지만, 총 5곡이 담긴 빅뱅 영상은 그 배가 넘는 500만뷰를 돌파하고 있다. 이런 게 ‘대중스타’가 지닌 ‘대중성’의 위력이란 것이다.
비단 대중음악계에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계나 TV드라마계 등에서 펼쳐지고 있는 ‘4050 스타배우 전성시대’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다. 영화나 TV드라마 한 편을 책임질 대중성 있는 스타배우를 택하려할 때 아직 대중시장이 작동하고 있던 시절 스타덤에 오른 ‘모두가 아는 얼굴’을 고르려다보니 결국 4050세대 배우들이 뽑혀 나오게 된단 것. 그러니 콘텐츠 자체도 그 세대가 중심 배치돼도 무방한 설정들로 일관하게 된다. 당연히 해외도 마찬가지고 범위도 넓어서, 근래 ‘시끌별 녀석들’ ‘란마 1/2’ 등 일본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리메이크 열풍 등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중음악시장은 상황이 다른 분야들과 크게 다르긴 하다. 이미 수익모델 자체가 온전히 팬덤형으로 옮아가있어 대중성에 기반한 유튜브나 스트리밍 수익 정도론 셈이 맞춰지기 힘들고, 특히 대중음악산업 블록버스터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 상품에 있어선 더더욱 그렇다. 단순히 대중성이 뛰어나다해서 만사가 해결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리고 대중음악시장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 것도 단순히 수익성만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다다른 왜곡된 현실이라기보다, 그렇게 잘게 나뉜 취향과 의견의 시장 자체가 뉴미디어 폭발과 함께 일어난 개인화 현상 일부에 가깝다.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되돌아갈 일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음원시장 파급력에 기반한 대중성 중심 수익모델의 가능성에 확신이 존재한다면, 위 빅뱅 건과 함께 근래 일어난 또 다른 사례도 함께 되돌아볼 만하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협연곡 ‘아파트(APT.)’ 열풍 사례다.
지난달 18일 기습적으로 공개된 로제 정규1집 ‘rosie’ 리드싱글 ‘아파트’는 그 화려한 글로벌시장 성과 외에 ‘토종’ 음원플랫폼 멜론서도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발매 23시간 만에 멜론 톱100 1위를 차지했고, 이튿날 일간차트서도 1위에 올랐다. 그러다 10월26일엔 이용자수 60만835명을 기록하며 60만 이용자 돌파도 이뤘다. 그런데 이 ‘60만 이용자수’ 수치가 꽤 중요하다. 멜론서 이용자수 60만 돌파는 2022년 9월 걸그룹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2년1개월만의 기록이다.
역대 멜론 이용자수 기록을 살펴보면 크게 인상 깊은 대목은 아닐 수 있다. 역대 1위는 2018년 10월 아이유의 ‘삐삐’가 기록한 146만2625명이고, 사실 역대기록 54위까지가 모두 이용자수 100만을 넘는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기 힘들단 얘기도 많다. 유튜브뮤직 등 여타 경쟁 플랫폼들이 상당부분 멜론의 파이를 빼앗아가기도 했거니와, 멜론 자체적으로도 2020년 실시간 차트 폐지 및 2021년 톱100 차트 개편 등이 꾸준히 이뤄져왔기에 순간적 특정 음원 집중현상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엄밀히 멜론의 MAU(월간활성화지수) 자체는 ‘그렇게까지’ 떨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800만 명에서 2024년 8월 704만 명으로 12% 정도 떨어져나간 상태다. 그동안 유튜브뮤직이 490만 명에서 743만 명으로 급성장해 ‘대세’가 뒤집어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단일 곡 이용자수 60만 명 돌파는 무려 2년1개월만이란 것. 그동안 그만한 히트곡이 나오지 않아서란 해석은 불성실하다. 이젠 리스너들이 ‘차트대로’ 음악을 들으려하지 않기에 일단 흥행몰이에 들어가 각종 차트 1위에 오른 음원이라도 예전처럼 리스너들을 모으진 못한단 해석이 훨씬 자연스럽다. 곧 예전 같은 ‘밴드웨건’ 분위기는 국내 음원시장서 사라져가고 있단 뜻도 된다.
반대로 말하면, 이제 음원시장 등 대중성 기반 시장에서 ‘밴드웨건’을 일으킬 수 있는 건 2018년 이전 스타덤에 오른 이들, K팝 아이돌 세대론 기준으론 2~3세대에서 최정상급에 올랐던 아이돌들뿐이란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같은 현상이, 또 지드래곤의 컴백 열풍과 마마 빅뱅 무대에 대한 열광 등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관건은 이런 반응들이 과연 현재 시장구조 내에서 어느 만큼 수익성으로 환원될 수 있을 지 여부다. 이 지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면, 대중성이란 개념도 아직 대중음악시장서 무시해버릴 요소는 아닐지 모른다.
물론 그래도 큰 흐름, 대세 자체는 변함이 없긴 하다. ‘대중’문화는 그렇게 잘게 갈라진 취향들의 합산 통칭 정도로만 불리게 됐단 점 말이다. ‘취향은 없고 트렌드만 존재한다’던 한국 대중문화시장에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단 신호가 되기도 한다. 다만 오히려 예전보다 ‘밴드웨건’ 분위기가 훨씬 심해져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된 국내 극장가 상황과는 왜 그렇게 결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관찰도 따로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미스터리 투성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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