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내년 하반기부터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적용
세종 층간소음 실험시설 공개…'도서관 수준 소음' 지향
LH 층간소음 시험시설 |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윗집 거실에서 '발망치'를 찍으며 걷는 소리는 희미하게 들렸고,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자 진동 정도가 느껴졌다.
거실 바닥으로 무거운 공을 세 차례 튕기니 월패드에서 바로 경고음이 울렸다. "층간소음이 기준치 이상 발생했습니다.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내에 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시험시설을 찾았다.
실제 아파트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바닥구조를 시험할 수 있도록 한 이곳의 이름은 '데시벨(dB) 35 랩'.
층간소음 바닥구조 1등급은 의자 끄는 소리 같은 경량 충격음과 아이들이 쿵쿵 뛸 때 나는 중량 충격음이 아래층에 전달될 때 소음이 37dB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1등급을 뛰어넘어 도서관 소음 수준인 35dB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LH는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 공공주택에는 전부 1등급 바닥구조가 적용되는 것이다.
1등급과 4등급 층간소음 바닥구조 비교 |
◇ LH 층간소음 시험시설 민간에 개방…기술은 공유
실험실에서 체험한 층간소음 4등급 바닥구조와 1등급의 차이는 뚜렷했다.
1등급은 바닥 슬래브를 210mm에서 250mm로 두껍게 하고 소음 흡수를 위한 완충재 성능을 높였다. 완충재 위에 난방 배관 설치를 위해 얹는 모르타르도 더 단단한 고밀도로 바꿨다.
1천300번이 넘는 현장 테스트를 거쳐 나온 게 LH의 층간소음 바닥구조 1등급 모델이다.
과제는 이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하고,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을 결합해 더 좋은 바닥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LH는 내년 3월부터 '데시벨 35 랩'을 자체 층간소음 실험실이 없는 중소기업에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그간 개발한 기술과 시공법, 실증 결과는 민간 건설사와 공유한다.
김병문 LH 주택성능개선팀장은 "데시벨 35 랩을 이용하면 1년 이상 걸렸던 신기술 인증이 6개월 안팎으로 단축돼 기술 검증과 확산이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LH 층간소음 시험시설 |
1등급 바닥구조는 슬라브가 두꺼워지고 고밀도 모르타르를 사용하기 때문에 4등급에 비해 1가구당(전용면적 59㎡ 기준) 공사비가 400만원, 3등급보다는 300만원가량 높아진다.
LH는 늘어나는 공사비를 공공주택 분양가에 반영하는 것보다는 원가 절감으로 상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한준 LH 사장은 "바닥 두께를 더 얇게 하면서도 층간소음 1등급을 맞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소비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늘어나는 공사비는 원가 절감을 하며 공급자(LH) 차원에서 감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본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기준을 넘겼을 때 경고음을 울리는 월패드 |
◇ 소음 발생 시 '알람'…노이즈가드 전면 도입 검토
바닥구조를 바꾼다고 층간소음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소음, 승강기 소음 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윗집이 장기간 비어있는데도 벽을 타고 들어오는 소음으로 골치를 앓는 경우도 있다.
LH는 내년부터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세대 내에 설치되는 '당해층 배관'을 적용해 배관소음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소음 발생 시 경고음을 내 입주민 스스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노이즈가드'도 도입한다.
40dB을 넘는 소음이 세 차례 이상 이어지면 거실에 부착한 센서가 진동을 감지해 월패드에 알람을 띄우는 방식이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람도 가능하다.
LH 관계자는 "구축 아파트 3개 단지에서 '노이즈가드' 시범 설치를 했는데, 해당 세대는 더 주의하게 되고, 아래층에서도 소음이 덜 들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내년부터 신축 공공주택에 대한 전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축 아파트의 경우 설치에 동의하는 세대에 한해 '노이즈가드'를 설치한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대부분이 벽식구조이기에 LH가 이에 맞는 층감소음 저감 바닥구조를 개발했지만, 라멘구조, 모듈러 주택 등 새로운 유형에 맞는 바닥구조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한준 사장은 "벽식구조는 공사 기간이 짧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명이 짧다"며 "잘만 유지하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주택인 라멘구조와 모듈러 주택에 적합한 바닥구조도 연구해 층간소음, 벽간소음을 확실히 잡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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