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우주로 쏘아 올려진 노래들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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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지난 9일(현지 시각)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초신성 사진과 함께 'A supernova glowing in the dark'라는 문구를 게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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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1006(1006년에 폭발한 Ia형 초신성)이 1006년 하늘에 처음 나타났을 때, 금성보다 훨씬 밝고 몇 주 동안 낮에 보였다. 바로 그 순간부터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심장을 차지했다"로 이어지는 상세 설명보다 사실 저 'A supernova glowing in the dark'라는 도입부 문구가 더 화제였죠. 정확히는 '바로 저 순간부터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의 심장을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아이브가 8일 낸 신곡 'Supernova Love'의 가사 일부였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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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David Guetta - Supernova Love Official Music Video
'설마'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NASA가 노래 제목과 함께 아이브, 그리고 이 곡에 참여한 유명 DJ 데이비드 게타를 해시태그로 붙였기 때문이에요. 이 곡은 프랑스 DJ 겸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타가 비트를 제공하고 아이브가 불렀으며 후렴구 멜로디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명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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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이 곡이 테마로 쓰이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배우로도 직접 출연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이달 20일 재개봉하기도 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찬바람이 불어오면 한 번씩 생각나는 멜로디, 꽁꽁 언 마음을 털실로 짠 스웨터처럼 녹여주는 선율입니다.
그러고 보니 NASA의 케이팝 사랑은 처음이 아닌데요. 앞서는 에스파의 'Supernova'의 일부 가사를 인용해 초신성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한국도, 미국도 '수, 수, 수, 수퍼노바'인 걸까요.
사실 NASA의 케이팝 사랑은 올해 들어서 피어난 로맨스는 아닙니다. 2019년에는 NASA 존슨우주센터가 당시 발사 예정인 달 탐사 유인 우주선에서 우주비행사들이 BTS의 노래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죠. 소셜미디어에 "RM의 자작곡 '문차일드', BTS의 '소우주' '134340'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겠다"라고 해 화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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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moonchild' Lyric Video
NASA의 음악 사랑은 케이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팝과도 친했어요. 2008년 2월 5일. NASA는 비틀스의 1969년 명곡 'Across the Universe' 음성 파일을 431광년 떨어진 북극성을 향해 쏴 올렸죠. 이 곡이 녹음된 지 40주년, 그리고 NASA 창립 50주년과 비틀스 결성 50주년을 기념한 이벤트였습니다. 이 노래는 MP3에 담겨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거대한 안테나를 떠나 광속으로 우주를 여행하게 됐어요. 이 곡을 작곡하고 부른 존 레넌은 고인이 되고 없지만 비틀스의 생존 멤버 폴 매카트니는 NASA에 이렇게 말했답니다. "외계인들에게 나의 사랑을 전해줘요."
비틀스 팬으로 가득한 NASA에서는 이 '내부자들'의 입김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05년에는 매카트니가 비틀스의 1966년 곡 'Good Day Sunshine'을 연주한 실황을 우주정거장(ISS)으로 중계했어요. ISS 승무원들의 모닝콜 송으로는 'Here Comes the Sun', 'Ticket to Ride', 'A Hard Day's Night'을 즐겨 선곡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백만 개의 태양처럼 빛나는 끝없는 불멸의 사랑이 우주 너머로 자꾸자꾸 나를 부르네"라 노래하는 'Across the Universe'만큼 절묘한 곡은 없어 보입니다. 16년 전 쏴 올려졌으니까 이제 한 415년만 더 날아가면 북극성에 닿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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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oss The Universe (Remastered 2009)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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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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